“나른한 일상 탈출 위해 달렸죠…이젠 모든 운동이 재밌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4. 3. 1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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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라 씨가 서울 남산을 달리고 있다. 위 씨는 나른한 일상 탈출을 위해 2018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아동복 디자이너 위하라 씨(37)는 반복되는 야근으로 체력이 떨어지자 2018년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 붐이 일고 있었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시작했다고 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마스터스 마라톤계에서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17일 열리는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참가하는 그는 “이번엔 3시간 15분 이내가 목표다. 그리고 앞으로 3시간 9분대를 향해 달리겠다”고 했다.

“체력도 키우고 나른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혼자 달렸어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잖아요. 그런데 눈에 보이는 아무 운동화를 신고 달렸더니 주위에서 ‘조깅화나 마라톤화를 장만해 달리라’고 하는 겁니다. 그때 스포츠용품점을 찾았는데 마라톤화를 사는 사람들에게 10km 단축마라톤 참가권을 주는 이벤트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참가했죠.”

2018년 여름 달리기 시작해 그해 9월 열린 아디다스 마이런 서울 10km를 59분에 완주했다. 그는 “달리는 게 너무 재밌었다. 달리는 사람도 많았다.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하프코스도 나갔고, 풀코스도 완주했다”고 했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을 좋아하긴 했지만 특별히 스포츠를 즐기진 않았다. 그런데 몸을 쓴다는 게 이렇게 큰 즐거움을 가져다줄지 몰랐다. 그는 달리기를 시작한 뒤 요가와 헬스, 등산, 패들보드, 클라이밍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있다.
양종구 기자

“저한테는 달리기가 메인이고 다른 운동은 달리기를 잘하기 위한 보조 운동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달리는 친구들이 다양한 운동을 즐기더라고요. 달리기가 하체 위주다 보니 상체도 단련시킬 필요가 있어서 요가와 클라이밍 등을 했죠. 일단 어떤 운동이든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집니다. 기분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2019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기록은 5시간4분22초. 그해 9월 아디다스 마이런 서울 10km에서는 1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했다. 위 씨가 10km에서 급성장하고 있어 대회 조직위가 페이스메이커를 맡겼다. 그의 10km 최고 기록은 41분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땐 산으로 갔다. 실내 스포츠 시설은 물론이고 실외 시설도 대부분 폐쇄됐고, 마라톤 대회도 취소됐기 때문이다. 집(서울 관악구 신림동) 근처 관악산은 물론 도봉산, 북한산, 북악산 등 수도권 산에 올랐다. 서울 한강에서 패들보드를 타기도 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자 다시 출전했다. 지금까지 그가 풀코스를 완주한 건 모두 13번. 그중 최고 기록은 지난해 11월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17분36초다.

“풀코스 기록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지난해 아디다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기록이 좋아졌어요. 역시 전문가에게 배우니 효과가 좋네요. 올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을 앞두고는 포카리스웨트가 제공하는 훈련 프로그램에서 여자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권은주 감독에게 지도받고 있어요.”

위 씨는 “친구들이 ‘이런 자세로 어떻게 좋은 기록을 내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는데 권 감독님도 자세 교정에 초점을 두고 가르쳐 주고 있다”고 했다. 마라톤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며 달려야 하는데 위 씨는 다소 통통 튀는 주법에 허리를 뒤로 제치며 어색하게 달린다고 했다. 권 감독이 그것을 바로잡아 주고 있다고 했다. 1997년 2시간 26분 12초로 여자마라톤 한국 최고 기록을 세웠던 권 감독은 요즘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을 지도하고 있다.

위 씨는 혼자 달리기도 하지만 지인들과 함께 질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매주 목요일 저녁엔 여성 마라톤 동호회 필레이디에서 달린다. 매월 첫 주 금요일은 ‘1987 RRR’,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는 ‘톢톢’이란 동호회에서 달린다. 나머진 친구들끼리 편하게 달린다. 대회를 앞두고 훈련 과정에서 꼭 해야 하는 LSD(Long Slow Distance)가 아니면 보통 5∼15km를 달린다.

“제가 원래는 펀런(즐겁게 달리기)주의자였는데 최근 기록이 좋아지면서 기록에도 욕심을 부리고 있어요. 무엇보다 달리는 게 즐거워요. 평생 달릴 겁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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