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잘 모르는 홍콩의 숨은 매력 품은 섬 여행지 두 곳

이가영 여행플러스 기자(lee.gayeong@mktour.kr) 2024. 3. 1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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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홍콩을 복잡한 도시라고 묘사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사실이다. 대부분 관광객이 방문하는 홍콩은 빽빽하게 고층 건물이 들어선 빌딩숲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홍콩을 막연히 도시 여행지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중심가에서 한 시간만 이동하면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홍콩은 도심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간 몰랐던 홍콩의 새로운 매력을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 홍콩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외곽으로 향했다.

펭차우로 향하는 선착장 입구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홍콩 본섬에서 인근 섬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페리를 타면 된다. MTR 센트럴 역에서 내린 후 10분 정도 걸으면 센트럴 페리 선착장이 나온다. 이곳에 정박하는 페리 종류가 많은 만큼 목적지와 선착장 번호를 잘 확인해야 한다.

페리 티켓의 가격은 페리의 종류와 탑승 날짜에 따라 다르다. 공휴일에 탑승하는 페리와 급행 페리가 더 비싸다. 옥토퍼스 카드의 사용도 가능하니, 카드가 있다면 따로 티켓을 구입할 필요 없다.

펭차우로 향하는 선착장 입구 / 사진=석현진 여행+PD
먼저 방문한 섬은 펭차우다. 펭차우는 홍콩섬의 서쪽에 자리한 작은 섬이다. 센트럴 페리 선착장 6번에서 페리를 타고 40분 남짓 달리면 도달할 수 있다. 사실 펭차우는 그간 홍콩 현지인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방문하는 숨은 명소였다. 하지만 최근 SNS에서 느긋한 섬 여행이 유행처럼 퍼져, 펭차우를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펭차우에 내리면 볼 수 있는 풍경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뚜벅이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펭차우 여행의 인기에 한몫한다. 평평한 섬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과 어울리게 펭차우는 걸어서 둘러보기 좋은 섬이다. 섬 전체에 언덕이 없음은 물론 천천히 걸어서 두세 시간이면 펭차우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도심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홍콩 정취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펭차우 윙온 스트리트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골목골목 다니다 보면 펭차우의 진면모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펭차우에는 크게 두 갈래 길이 있다. 페리 터미널에서 건물이 모인 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들어설 수 있는 골목인 윙온 스트리트(Wing On Street)와 그 남쪽으로 이어진 윙힝 스트리트(Wing Hing Street)가 그 주인공이다.
펭차우에서 방문할 수 있는 가게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식료품 가게부터 오래된 차찬텡, 카페 등 여러 상업 시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방문객은 골목을 거니는 것만으로 홍콩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펭차우 가죽 공장으로 향하는 길목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펭차우는 예술적 가치가 풍부한 섬이다. 가장 대표적인 스폿이 가죽 공장(Leather Factory)이다. 윙온 스트리트 중심에 자리한 가죽 공장은 1930년대 설립해 1970년대까지 운영했다.
펭차우 가죽 공장과 인근 풍경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이후 오랜 기간 방치됐던 이곳은 현재 펭차우에서 가장 트렌디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오래된 가구로 만든 감각적인 조형물은 물론 이곳저곳에 그려진 그라피티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가죽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전시품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공장 한편 작은 공간에는 젊은 예술가가 형성한 폐물품 공원이 있다.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를 찾는다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가죽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전시품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버려진 물건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전시품이 많다. 공간 자체의 색감이 다채로우니 전시품을 배경 삼아 사진을 남겨도 좋다.
퉁완 해변에서 볼 수 있는 정자 / 사진=석현진 여행+PD
골목을 충분히 구경했다면 해안가를 거닐며 시간을 보내자. 페리 터미널과 반대편으로 가면 퉁완 해변(Tung Wan Beach)이 있다. 페리 터미널에서 마을을 지나 직선으로 5분 정도만 걸으면 도달할 수 있다. 번잡한 해수욕장이 아니기에 잠시 쉬어가고 사람에게 제격이다.
펭차우 퉁완 해변과 룽모 사원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해변 바로 앞엔 룽모 사원(Lung Mo Temple)이 있다. 룽모 사원은 펭차우 섬 전체에서 가장 큰 사원이다. 붉은색과 황금빛으로 장식한 화려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 있는 덕에 파도 소리를 들으며 사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섬으로 이동할 수 있는 페리 내부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반나절 간의 시간을 보낼 만한 곳으로 펭차우를 추천한다면, 청차우는 하루 동안 한가하게 여행할 수 있는 섬이다. 센트럴 선착장 5번 부두에서 페리를 타면 갈 수 있다. 일반 페리로 1시간, 고속 페리로는 35분 정도 소요된다.
선착장 앞에서 볼 수 있는 페리 시간표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혹시 펭차우를 구경한 후 청차우로 바로 이동하고 싶을지라도 걱정할 필욘 없다. 작은 섬 간 이동을 담당하는 페리도 있기 때문이다. 단, 펭차우에서 청차우로 직통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가는 길에 있는 다른 섬을 들른다는 점 참고하자.
청차우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조용한 시골 마을 같았던 펭차우에 비해 청차우는 비교적 번화한 섬이다. 심지어 청차우는 홍콩의 많은 섬 중 유일하게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인 맥도날드가 있는 섬이다. 실제로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맥도날드 매장과 그 주위 북적이는 인파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렇다고 청차우를 홍콩 중심가와 비교한다면 곤란하다. 애초에 청차우는 차가 다니지 않는 섬이다.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도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만큼 확실히 덜 복잡했다.

청차우 거리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섬에 도착해 당장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그저 골목을 거닐어도 좋다. 산힝 스트리트(San Hing Street)와 팍셰 스트리트(Pak She Street)에는 핫플레이스가 모여 있다.
청차우에서 판매하는 빵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특히 ‘청차우 빵 축제’가 열리는 곳답게 몇 가게에선 축제 기간이 아님에도 일 년 내내 ‘평안(平安)’이라는 글자가 적힌 빵을 판매한다. 팥, 참깨 등으로 소를 채운 빵은 우리가 아는 찐빵의 맛과 비슷하다고.

이 밖에도 현지 예술가가 만든 공예품을 파는 가게, 트렌디한 카페 등 방문할 만한 곳이 많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가게 영업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방문 당시 홍콩에서도 유례없는 한파가 이어졌던 만큼, 운영 중인 가게가 많진 않았다.

청차우핑키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간식을 먹기 위해 딱 한 곳만을 택할 수 있다면 방문해야 할 곳은 단연 청차우핑키(Cheung Chau Ping Kee)다. 청차우핑키는 과일 찹쌀떡을 판매하는 곳이다. 우리가 아는 찹쌀떡 안에 팥이 들어있다면 청차우핑키에선 과육을 통째로 넣은 떡을 판매한다.
청차우핑키에서 맛볼 수 있는 망고떡 / 사진=석현진 여행+PD
가장 유명한 메뉴는 망고 맛이며 고구마, 두리안, 바나나 등을 넣은 찹쌀떡도 있다. 가격은 모두 16홍콩달러(약 2700원)로 동일하다. 떡 자체에 특별함은 없지만 과육을 씹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이 일품이었다.
청차우 퉁완 해변 인근 벽화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펭차우가 평평한 섬으로 산책하기 좋았다면 청차우에선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완만한 언덕이 이어지기에 초보자도 가볍게 걷기 좋다. 조금 숨이 가빠온다 싶으면 어느새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는 점이 청차우 하이킹의 가장 큰 매력이다.
청차우 퉁완 해변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하이킹하지 않고 산힝 스트리트를 따라 곧장 해변으로 가도 좋다. 청차우 퉁완 해변(Tung Wan Beach)은 평소 현지인이 카약이나 윈드서핑을 즐기는 장소다. 여름이면 한가하게 해수욕을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청차우에서 볼 수 있는 공간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해변과 이어진 길목에는 자물쇠로 가득한 철장이 있다. 일명 러브 락(Love Lock)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청차우를 방문한 수많은 사람이 형성한 공간이다. 가족, 연인 등 소중한 사람과 청차우를 방문했다면 함께 자물쇠를 걸며 여행을 추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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