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문화와 정치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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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역시나 신랄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키멀의 시상식 진행을 '디스'하자 키멀은 이를 그대로 읽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정치와 문화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와 정치 사이에 명확히 경계를 짓거나 옳고 그름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정치적 상대성과 모호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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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역시나 신랄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마약 복용 과거를 두고 농담하고, 로버트 드 니로가 35살 아래 아내를 둔 것을 웃음 소재로 삼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정치와 문화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계는 ‘정치의 계절’을 실감케 한다.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은 관객 110만명을 넘겼다. 이어 세월호 참사와 제주 4·3,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들이 출격 대기 중이다. 현실의 파편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특히 논쟁을 부른다. ‘건국전쟁’만 해도 누군가는 ‘입에 올리기도 싫은 편파적 영화’로 평하고, 누군가는 ‘진실을 알게 해줘 고맙다’고 추켜세운다.
공연계에선 ‘푸틴의 발레리나’로 손가락질받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내한공연이 논란이다. 취소해야 한다는 성토 목소리가 크다. 자하로바는 푸틴의 최측근이라 한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에 찬성했고, 여당 의원도 지냈다. 다른 나라에서도 러시아 예술가들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는 흐름이다.
시계를 2018년으로 돌려보자. 자하로바는 당시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무대에 서기 위해 처음 내한했다. 그의 정치 성향은 관심 밖이던 시절이다. 첫눈에 각인된 건 축복받은 신체였다. 비인간적으로 긴 팔다리에 마린스키와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를 모두 지낸 실력이 더해지니 감탄이 나오는 무대일 수밖에.
올해 관객들이 자하로바의 무대를 본다면 예술적으로 강렬한 경험일 것이다. 동시에 그는 우크라이나 침략국의 친정부 인사다. 예술가의 성과를 그의 인간성이나 정치 성향과 따로 떼어내 감상할 수 있을까. 어느 수위의 사상까지 용인되나. 국내 친일 전력 문학인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문화와 정치 사이에 명확히 경계를 짓거나 옳고 그름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정치적 상대성과 모호성 때문이다. 내게 옳은 일이 상대에게는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문화에서 ‘내 편만 옳다’는 생각이 합법의 경계를 넘어서면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까지 이어진다. 자하로바의 경우 인권이라는 보편 가치가 걸려 있어 상대적으로 판단이 쉬울 수 있다. 그래도 민간 차원의 공연을 아예 봉쇄하는 건 과해 보인다.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되, 공연 소비자들의 윤리적 판단에 선택을 맡기는 사회가 더 건강하지 않을까.
송은아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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