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디지털 혁명 시대의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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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작가'의 상징은 원고지이다.
지금 젊은이들 중에는 원고지 실물을 본 적조차 없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원고를 '창작'하면 비교적 단순한 과정을 거쳐 종이책을 만들고 끝났는데, 이젠 그것을 바탕으로 전자책은 물론 텔레비전 프로그램, 교육 자료, 영상물 등 갖가지 콘텐츠가 계속 생성된다.
아직 과도기라 명칭을 종잡기 어려우나, 그들은 모두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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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이 불러온 획기적 변화의 하나가 인쇄매체를 전자매체로 바꾼 일이다. 이는 원고지와 활자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았다. 주로 책이나 서류로 저장, 유통되던 정보와 지식이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대륙, 곧 가상세계에서 ‘살아 움직이게’ 되었다.
그러자 글을 인쇄하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합적인 ‘제작’ 과정이 생겨났다. 원고를 ‘창작’하면 비교적 단순한 과정을 거쳐 종이책을 만들고 끝났는데, 이젠 그것을 바탕으로 전자책은 물론 텔레비전 프로그램, 교육 자료, 영상물 등 갖가지 콘텐츠가 계속 생성된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전에는 매우 이질적이던 것들이 융합되며 기존 형식이 해체되고 재창조된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는 단계마다 ‘창작’을 한다. 전에도 연극, 영화 같은 공연물에 그런 과정이 있었다. 도구는 컴퓨터로 오히려 단순해졌지만, 지금은 온갖 분야에 여러 사람이나 프로그램이 협업하는 창조적 과정이 있다. 거기서 언어, 이미지, 음악 등을 연결하고 재구성하여 새것을 창출하는 사람을 요새 흔히 ‘기획’, ‘디자이너’, ‘피디’ 등이 붙은 말로 부른다.
그들은 원고와 콘텐츠 사이에서, 아니 최종 ‘창작물’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다. 콘텐츠산업을 창조산업이라 부르는 나라가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창의력을 수단이자 무기로 일종의 ‘집단 창작’을 한다. 아직 과도기라 명칭을 종잡기 어려우나, 그들은 모두 ‘작가’이다. 원고지에 글을 쓰던 사람과는 다르지만, 사용하는 언어와 매체가 다양해지고 창작물의 성격이 바뀌면서 작가의 개념도 달라졌다.
창의력은 언제나 중요시되었다. 하지만 말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것도 소수가 아니라 집단의 창의력과 협동 능력이, 문화계를 넘어 산업 전반까지 좌우하게 된 시대이다. 있는 것을 새로 해석하고 융합하는 일도 창조이다. 그에 필요한 능력들은 외면한 채 기능 위주로 자격증을 주고 암기 점수로 사원을 뽑는 ‘활자매체 시대’적 인력 관리는 이제 위험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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