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소는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
2024. 3. 1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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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존중을 주제로 아이들을 위해 쓰인 그림책 '나는 소고기입니다'는, 고기를 위해 도살되는 소의 짧은 생을 그리고 있다.
아이들이 고기의 근원, 즉 고기가 '한때 우리처럼 살아 숨쉬고 엄마에게서 사랑받았던, 그저 평온하게 살기를 바랐던 생명체'였던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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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존중을 주제로 아이들을 위해 쓰인 그림책 ‘나는 소고기입니다’는, 고기를 위해 도살되는 소의 짧은 생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육식이 잘못되었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고기의 근원, 즉 고기가 ‘한때 우리처럼 살아 숨쉬고 엄마에게서 사랑받았던, 그저 평온하게 살기를 바랐던 생명체’였던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다. 동물이 희생되는 현실을 알아야 고기를 쉽게 여기거나 낭비하지 않을 수 있고 동물의 복지,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배우며 실천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방향성과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은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의 생존과 아무런 관련도 없이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행사가 성행하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것이 동물학대라는 문제의식 속에서도 문화재청은 소싸움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다. 지난 설 연휴 이틀간 청도 지역에서 열린 소싸움을 보러 약 1만2000명이 경기장을 찾았고, 아이를 동반한 관람객도 있었다. 아이들은 싸움에 내몰린 소들과, 이를 보며 환호하고 투기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배울까?
동물을 싸우게 하거나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것은 동물보호법상 금지된다(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그러나 법은 소싸움만큼은 예외로 정했다. 실상 다른 동물싸움과 소싸움을 특별히 구분할 정당한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다. 소싸움을 지속하고자 하는 측에서는 소싸움을 지켜가야 할 오랜 전통문화라고 하지만, 투우로 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도 투우를 금지하거나 점차 퇴출하는 추세다. 인간이 재미를 위해 동물의 고통을 야기하는 관행을 반성하고 금지해 가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방향성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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