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메타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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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자신을 괴롭힌다며 상담받으러 온 사람을 치료하면 나중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당연히 불안은 사라졌을 거라 기대할 테다.
발표할 때 불안한 건 자연스러운 반응인데, 이런 감정과 그것을 느끼는 자신을 수치스러워하기 때문에 고통이 생긴다.
괴로워도 견뎌내야 하는 일차 감정에서 자신을 두 번 아프게 만드는 메타 감정을 분리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첫 번째 치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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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괴심 갖기보다 현재에 충실함 가져야
이런 바람을 갖고 있다면 감정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점검해 보는 게 좋다. 불안감 그 자체도 괴롭지만, 진짜 고통은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 우리가 어떤 느낌을 갖느냐에 따라 생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정에 대한 감정이 정서적 고통의 진짜 원인인 것이다.
발표할 때 불안한 건 자연스러운 반응인데, 이런 감정과 그것을 느끼는 자신을 수치스러워하기 때문에 고통이 생긴다. 이때 불안은 일차 감정이라고 하며 불안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메타 감정(meta-emotion)이라고 일컫는다. 상담을 하다 보면 메타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정서 문제가 발생한 사례를 자주 만난다.
연인과 헤어지면 슬픈 게 정상인데, 슬픔에 빠져 ‘나는 사랑받지 못할 팔자인가 봐’라고 읊조리면 절망감이 솟아올라 더 큰 아픔을 겪는다. 공황을 느낄 때 ‘이러다 내가 미쳐 버릴지도 몰라’ 하고 두려워하면 이인감(deperasonaliztion)을 느끼고 심리적 혼돈에 빠진다.
일처리가 미숙한 부하 직원에게 버럭 화를 낸 후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치료받으러 온다. 분노 조절이 안 된다며 제 발로 정신과를 찾아온 이들 중에 사이코패스는 거의 없다. 타인을 분노로 통제하며 쾌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자아성찰 욕구가 있을 리 없다.
정서 문제를 다루는 치료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감정 해상력을 키우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시험에 낙방하고 말았다면 슬픈 게 당연하다. 슬픔은 일차 감정이다. ‘난 노력해도 안 되나 봐’라며 자책하고 ‘그럼 그렇지 내 인생은 언제나 불운으로 가득했어’라며 한탄하는 건 메타 감정이다. 괴로워도 견뎌내야 하는 일차 감정에서 자신을 두 번 아프게 만드는 메타 감정을 분리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첫 번째 치료 목표다. “아, 햇빛이 뜨거워!” 하고 화들짝 놀라는 게 아니라, 프리즘에 빛을 통과시켜 무지개 색깔로 나누어서 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구분해서 관찰할 수만 있어도 고통의 무게가 줄어든다.
감정이 자신을 괴롭힐 때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중요한 시험을 목전에 두고 불안을 느낄 때 ‘나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까?’라는 생각에 파고들면 메타 감정이 소용돌이처럼 일어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생각을 돌려놔야 한다.
살면서 누구나 겪는 고난이 불러일으킨 감정은 잘못된 게 아니고, 그걸 느끼는 자신이 비정상인 것도 아니다. 없앨 수도 없거니와 없애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일차 감정으로 인한 괴로움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옅어진다. 싫든 좋든 당연히 경험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라면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치료의 두 번째 목표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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