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정리한 민주당, 전략공천 검토…차점자 박용진은?
전략공천 논리에…경선 이의 박 의원 “재심 진행해야”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정봉주 전 의원의 4·10 총선 서울 강북을 후보 공천을 취소하기로 한 것은, 정 전 의원의 과거 ‘목발 경품’ 발언을 두고 막말 논란에 이어 ‘거짓 사과’ 의혹까지 추가되자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해 상응하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매우 엄중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으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겠다”고도 했다. 전날 “(정 전 의원) 본인이 당시 발언 직후 사과했다.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으니 양해 말씀 드린다”고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였다.
이에 앞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은 정 전 의원이 사과했다는 주장의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 또 김민기 총괄선대본부장은 “후보자와 선거운동 관계자가 부적절한 언행,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을 할 경우 공천 취소를 포함한 비상 징계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 전 의원의 공천 취소 수순을 밟은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밤까지 당 안팎 여러 인사의 의견을 들은 뒤 공천 취소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원은 2017년 6월 유튜브 방송에서 “디엠지(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거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한 사실이 최근 재조명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 발언은 2015년 8월 경기 파주시에서 수색 작업을 하던 국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를 밟아 다리와 발목을 잃은 사건을 가리킨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정 전 의원은 이 발언이 다시 회자되자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당시 발언 직후 당사자에게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했다”고 밝혔는데, 피해 병사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정 전 의원은 14일 “직접적인 사과는 못 했고, 같은 방송을 통해 공개 사과했다”고 말을 바꿨다. 국민의힘은 이날 정 전 의원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그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정 전 의원이 ‘당선의 목적’으로 거짓 해명을 했다는 취지다.
민주당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상황이 이렇게 ‘거짓말 논란’으로 증폭되면서 당내 우려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천을 마무리하고 전열을 정비해야 할 때인데, 난데없이 정 전 의원 논란이 불거져 총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정 전 의원을 조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이를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엔 ‘정 전 의원이 이혼한 전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해 2001년 벌금형(50만원)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가정폭력은 민주당 당헌·당규상 ‘예외 없는 후보 부적격 사유’에 해당된다.
다만 민주당은 강북을에서 정 전 의원과 후보 경선을 벌인 차점자 박용진 의원(재선)은 재공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경선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후보에게 문제가 생겨 공천이 취소된 ‘사고 지역구’이기 때문에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박 의원 쪽은 “재심을 신청해 진행 중이라, 정봉주 후보는 공천 확정자가 아니다. 따라서 강북을은 사고지역구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 쪽은 재심 절차가 끝까지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비이재명계로, 당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돼 경선 득표의 30%가 깎이면서, 강북을에 연고가 없는 친이재명계 정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배했다. 박 의원은 2020년 총선 때 서울에서 당선된 민주당 의원 가운데 최다 득표율(64.5%)을 기록할 만큼 지역구 기반이 탄탄하다고 평가됐으나, 이 지역구에 연고가 없는데도 ‘수박(비이재명계의 멸칭) 척결’을 내세운 정 전 의원에게 강성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 전 의원은 2008년 17대 총선 때 서울 노원갑에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소속으로 당선됐다.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금태섭 당시 민주당 의원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갑 후보 공천을 신청했으나, ‘미투 의혹’이 제기돼 공천배제(컷오프)된 바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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