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우 공천유지 ‘국민 눈높이 맞다’더니…국힘, 왜 급선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14일 밤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변호사의 4·10 총선 후보 공천(대구 중·남)을 전격 취소한 것은 이틀 전 공천 유지 결정의 후폭풍이 거셌기 때문이다. 추가로 드러난 도 변호사의 막말도 결정타로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돈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5선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의 공천도 취소했다.
이날 낮까지만 해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에서 기자들에게 “도 후보가 두번째로 낸 입장문을 보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도 동의하고, 이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표현까지 쓰며 사과했다”며 지난 12일 이뤄진 공관위의 공천 유지 결정을 옹호했다. 도 변호사는 2019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5·18은 자유민주화적 요소가 있지만,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당 안에서는 도 변호사의 공천 유지 결정이 수도권 선거를 그르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상민 의원은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그분의 발언으로 당이 여러 의심을 받고 있다면 읍참마속, 잘못된 부분은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을의 함운경 후보도 입장문을 내어 “도 후보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도 후보가 2019년 서울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서 “혹자는 문재인의 기이한 행동을 볼 때 ‘죽으면 그만하는가 하는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고 한다”고 한 발언이 추가로 알려졌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듯 “뇌물 혐의가 있던 정치인은 죽음으로 영웅이 되고 그 소속 당은 그로 인해 이익을 봤다”고 한 발언도 새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에는 ‘돈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5선 정우택 의원의 공천을 취소했다. 공관위는 “정우택 후보에 대한 불미스러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강조한 국민의 눈높이와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며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 공관위는 지난 9일까지는 “(돈봉투 수수 의혹에)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이의 제기를 기각했으나, 이날은 “여러가지 증거들을 종합했다. 구체적으로 봤고 계속 (논란이) 이어져갈 것이기 때문에 판단할 때가 됐다고 봤다”며 결정을 뒤집었다. 국회부의장인 정 의원은 2022년 10월 지역의 한 카페업자로부터 돈봉투를 받는 장면이 지난달 보도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정 의원은 ‘곧바로 돌려줬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13일 한 매체가 정 의원 보좌관과 이 업자의 통화 녹취록을 토대로 금품 거래 정황을 추가로 고발하는 등 의혹이 증폭됐다. 공관위는 청주상당에 정 의원 대신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전략추천할 것을 비상대책위원회에 건의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6차 경선 결과(6곳)도 발표했다. 박형수 의원이 선거구 획정으로 구역이 조정된 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에서 김재원 전 의원을 누르고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도 부산 북을의 4자 경선에서 승리했다. 경기 하남을에서는 오세훈 시장 측근인 이창근 전 서울시 대변인이 안철수 의원 측근인 김도식 전 서울시 부시장을 꺾고 후보가 됐다.
나머지 지역구 3곳은 결선으로 분류됐다. 대전 중구에서는 이은권 전 의원과 강영환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방투자산업발전 특별위원장이, 경기 포천·가평에서는 권신일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과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 경북 구미을에서는 김영식 의원과 강명구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이 오는 15∼16일 이틀간 결선을 치른다.
이날 당 비대위는 ‘경선 조사에서 나이를 속여 답변할 것을 당원들에게 지시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된 이혜훈 전 의원을 서울 중·성동을 후보로 확정 의결했다. 경선 사전선거운동과 불법 전화 홍보 의혹으로 이의가 제기된 경북 안동·예천의 김형동 의원의 공천도 의결했다. 이 전 의원에게는 하태경 의원이, 김 의원에게는 김의승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에서 의결하더라도 추가로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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