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안 맞아"···여야, 심야에 나란히 도태우·정봉주 공천 취소
여야가 총선 후보들의 막말 논란 수습에 나섰다. 총선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작은 설화라도 자칫 민심에 악영향 미칠까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킨 대구 중·남구 예비후보 도태우 변호사에 대한 공천을, 더불어민주당은 '목발 경품' 발언에 이어 거짓사과 논란까지 불거진 서울 강북을 예비후보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에 대한 공천을 취소했다.
공관위는 "도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며 "공관위는 공천자가 국민 정서와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한 경우 등에는 후보 자격 박탈을 비롯해 엄정 조치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고 했다.
앞서 도 변호사는 경선을 통해 4·10 총선 대구 중·남구 공천을 받았으나 5·18 민주화운동을 수차례 폄훼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2019년 2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북한 개입 부분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충실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5·18은 자유민주화적 요소가 있지만,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게시글을 수 차례 공유한 사실도 재조명됐다.
당초 공관위는 과거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도 변호사에 대해 문제가 없단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도 변호사 관련 논란에 "발언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당이잖나. 후보가 되면 당의 전체 가치라든가 이런 걸 중요시하게 되고 해나갈 것이니 문제 없다고 봤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도 변호사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게시글을 수 차례 공유한 사실이 재조명됐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는 내용의 글들을 다수 공유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와 각종 야권 단체에서 도 변호사 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면서 논란이 확대되자 11일 비대위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도 변호사의 공천 재검토를 당 공관위에 요청했다. 공관위는 12일 논의에 착수했고, 도 변호사는 2차 사과문을 올렸다. 결국 공관위는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힌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로 했다"며 공천 유지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지속됐다. 도 변호사가 전두환씨와 관련해 "(전씨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내용으로 썼던 글 등이 추가로 알려지면서다. 결국 공관위는 공천 유지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취소를 의결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남 김해 학부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도 변호사 논란에 "과거 정치를 하지 않을 때 과오가 있다면 그걸 확실히 반성하고 바꿨을 경우 어떻게 평가해야 하냐는 판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던 정우택 충북 청주·상당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면서 "국민의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천 막바지 후보들의 설화로 논란이 이어지자 뒤늦게나마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는 대응을 통해 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밤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당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서울 강북을 지역 공천을 두고 이 지역 현역 박용진 의원과 결선 투표 끝에 지난 11일 공천을 확정받았다. 정 전 의원은 공천 확정 사흘 만에 막말 논란으로 후보 지위를 박탈당한 것이다.
정 전 의원은 2017년 팟캐스트 '정봉주TV'에서 패널들과 대화 중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것 있지 않나.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이 언급한 발목지뢰는 2015년 8월 경기 파주시 DMZ에서 우리군 부사관 2명을 크게 다치게 한 북한의 목함지뢰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됐다.
관련 논란이 일자 정 전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과거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한 바 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과거 제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반면 당사자들이 정 전 의원으로부터 사과를 들은 적 없다고 밝히자 논란은 잦아들기는 커녕 더 커졌다.
이에 정 전 의원은 다시 자신의 SNS에 "목함 지뢰로 사고를 당한 아픈 경험이 있는 (당시 자유한국당의) 이종명 의원에게 유선 상으로 사과드렸다"면서도 "당시 사고를 당한 김정원 상사와 하재헌 전 하사의 연락처는 구하지 못해 직접적인 사과는 못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14일 오후 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 전 의원에 대한 질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매우 엄중하게 이 사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은 자신의 모든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해서 상응하는 대책을 강구해 내겠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겠다"고 해 정 전 의원에 대한 공천 취소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근 꾸려진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의 이해찬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정치인들이 언행에 보다 신중할 것을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이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선대위 회의에서 "선거 때 말 한 마디가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 선거를 보면 말 한마디 가지고 판세가 바뀌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문제가 될 말에 대해 유념하고 상대방 말에 대해서도 귀담아듣는 그런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전 의원의 공천 취소로 서울 강북을 지역은 전략공천이 가능한 지역이 될 전망이다.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14일) 오전 BBS 라디오에 나와 만약 정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이 취소된다면 경선 2위였던 박용진 의원과 제3의 인물 중 어느쪽이 공천을 받는 것이 합리적인지 묻는 질문에 "여러가지 판단 요소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어떤 후보가 나가든지 상대 후보를 누르고 승리할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은 제3의 인물"이라며 "(공천받은 후보가 취소되는) 이런 경우는 전략공천이 가능한 지역이다. 원칙은 제3의 인물이 가는 게 원칙인데 여러 가지 정무적 판단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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