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 든 DB…‘김주성 마법’ 통했다

황민국 기자 2024. 3. 1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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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슨 47점 활약…연장 접전 끝 KT 꺾고 6년 만에 정규리그 제패
초보 김 감독, 중위권 전력 강팀으로 ‘재건’…‘통합우승’ 새 목표
기분도 붕~ 프로농구 DB 김주성 감독이 1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경기 승리로 감독 데뷔 첫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원주 | 연합뉴스

프로농구 원주 DB 김주성 감독(45)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첫해 그가 친정팀을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끈 순간이었지만 선수 시절 그랬듯 지나치게 들뜨지 않았다.

김 감독이 이끄는 DB는 1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수원 KT와의 홈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디드릭 로슨(47점)의 맹활약에 힘입어 107-10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38승(10패)을 기록한 DB는 남은 6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DB가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것은 2017~2018시즌 이후 처음이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원 클럽맨 출신의 지도자가 데뷔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한 것은 추승균(2015~2016시즌·KCC)에 이어 김주성 감독이 두 번째다.

DB의 정규리그 우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DB는 지난 시즌 10개팀 중 7위에 그치면서 이상범 전 감독이 중도에 물러났고 코치를 지내던 김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아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 개막과 함께 대행 꼬리표를 뗐는데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을 영입한 것 외에는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어 중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개막 전만 해도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부산 KCC와 서울 SK의 2강 구도가 조명됐을 따름이다.

김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일본 전지훈련에서 “올해 목표는 팬들에게 ‘봄 농구’(플레이오프)를 선물하는 것”이라며 소박한 출사표를 던졌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였다. DB는 무려 개막 7연승 신바람을 내는 등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으면서 라이벌들의 추격을 뿌리쳤다. 10개팀에서 유일하게 경기당 평균 90점을 넘긴 공격력과 짠물 수비(3위 평균 81.5점)를 동시에 갖췄으니 상대가 없었다. 실제로 DB는 정규리그 1~5라운드에서 승률 6할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농구 전문가들은 현역 시절 최고의 센터로 군림했던 김 감독이 DB 산성을 재건한 것을 우승 비결로 꼽는다.

지난 몇년간 외곽을 맴돌던 센터 김종규가 골밑을 사수하고, 주장인 강상재는 체중을 감량하면서 3번(스몰 포워드)에 어울리는 선수로 거듭났다. 자유계약(FA) 취득을 앞두고 있는 김종규(평균 12점·6.2리바운드)와 강상재(평균 14.1점·6.3리바운드)는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국내 선수 가운데 수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두 선수가 만들어준 공간에서 로슨이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다재다능한 로슨은 평균 22.7점(5위)과 10리바운드(6위), 4.7어시스트(5위)라는 믿기지 않는 기록으로 DB를 강팀으로 바꿔놨다. 세 선수가 한꺼번에 코트를 누비는 빅 라인업은 최강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DB의 핵심 볼 핸들러인 필리핀 출신 가드 이선 알바노도 김 감독 아래에서 한층 성장한 케이스다. 기록이 모든 걸 설명하는데 득점(13.3점→12위 15.5점)과 어시스트(5.1개→1위 6.7개)가 모두 늘어났다. 이젠 속공과 볼 조립, 돌파 모두 능숙한 아시아 쿼터 최고의 선수다.

김 감독의 또 다른 업적은 벤치 멤버의 완성이다. 2년차 가드 박인웅은 KBL 최고 수준의 3점슛 성공률(44.4%)을 바탕으로 벤치 에이스로 성장했고, 백업 센터 서민수와 포워드 김훈, 가드 유현준 등이 40분 내내 강력한 DB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왔다. 트레이드 파동을 일으킨 MVP 출신 가드 두경민의 부재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DB는 이제 통합 우승이라는 새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라이벌들과 달리 남은 경기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만큼 여유롭게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를 기다리게 됐다. DB가 마지막으로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린 것은 2007~2008시즌이었다. 이후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고도 우승을 놓친 터라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원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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