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유치… 인천 UAM허브도시로 도약 꿈꾼다 [지방기획]
美 아틀라스 중정비센터 등 설립 추진
항공우주산업 유지·보수 생태계 조성
대한항공 엔진정비공장 영종 이전 성과
2개 건물에 1000여명 인력 고용 기대
K-UAM 콘펙스, 기술 발전 등 한눈에
항공산업은 제조부터 컴퓨팅, 자율비행에 이르기까지 각종 첨단기술이 적용된다.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개조, 정비까지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한다. 다른 미래산업과 달리 노동집약적으로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하다. 항공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12.2%로 자동차부품(5.5%), 기계(5.3%), 조선(3.3%) 등과 비교해 상당히 높다.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여객·화물 수송이 대표적이다. 최근 안전, 환경, 시설물 관리의 여러 영역에 활용 중인 드론과 더불어 환경친화적이고 저소음 운송이 가능한 도심항공교통(UAM)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항공·자동차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UAM은 우리의 일상공간에서 막힘없이 더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도울 전망이다. 인구의 대도시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자동차로 인한 교통 혼잡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과제의 대응을 위해서도 UAM은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꼽힌다. 성장 가능성도 무한하다.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인천공항 항공정비복합단지 조성과 함께 이 분야의 국제적 기업을 유치 중이다. 미국·싱가포르·독일·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주요 거점공항은 이미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진행하며 부가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다. 인천은 이번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지원으로 강소기업 육성을 서두른다. 또 부품 제조기업의 신규 진입 및 글로벌 무대 진출이 원활하도록 인증 획득을 돕는다.
유능한 인적자원 양성을 위해 교육기반 마련에 더해 고교생부터 재직자까지 순환적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초급자에서 숙련된 엔지니어로 성장시키고자 한 취지다. 이미 확정된 중정비·엔진정비 분야에서만도 2026년까지 약 2440명의 직접고용 순증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전체 항공정비 물량(연 2조50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해외 의존도를 국내로 전환시킨다는 구상이다. 청년 남성의 병역과 여성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적인 노력도 강구한다.
이스라엘 국영 항공우주산업 화물기 개조사업 및 미국 아틀라스 중정비센터 설립 추진으로 MRO 생태계 기반을 다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기 부천시 엔진정비공장은 영종도 운북지구로 이전하는 성과를 냈다. 분해·수리·조립이 진행되는 수리시설, 성능시험장 등 2개 건물을 건립 중이다. 건축면적은 기존 부천공장(9713㎡)의 다섯배에 육박하는 4만7825㎡ 규모다. 시는 1000여명의 인력 고용을 기대하고 있다.
드론으로는 입체적 도시관리 방안을 갖춘다.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이나 대규모 지역의 빠르고 정밀한 탐사 및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강점이 십분 발휘된다. 이때 시는 드론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핵심기술 개발과 부품 국산화를 이끈다. 동시에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 인증센터 같은 국가 주요시설이 들어서도록 관심을 기울인다. 산업화에 필요한 제품 개발∼시험∼평가∼인증이 원스톱으로 처리되는 체계를 완성시킨다.
UAM 기술 발전과 국내외 동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K-UAM 콘펙스(Confex)’를 2021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콘펙스는 콘퍼런스(conference)와 전시회(Exhibition)가 결합된 행사로, UAM 허브도시의 위상 확보에 목적을 둔다. 온라인에 실제와 똑같은 환경을 갖추고 관련 기체를 미리 테스트해 본다. 실제 운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결함을 사전 확인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한다. 지난해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기간 운용할 UAM 서비스를 미리 선보여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시는 실증·상용화에도 힘쓴다. 지난해 5월 국가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챌린지’ 2단계 도심 실증사업을 유치한 바 있다. 수도권매립지·청라(드론시험인증센터)에서 경인아라뱃길을 따라 계양테크노밸리신도시를 잇는 구간에서 수행된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인천항, 그리고 수도권 배후 수요와 다양한 168개의 섬이 있어 UAM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 실증, 상용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은 우리나라 최초로 독자적인 조례를 제정하고, 다수 프로젝트를 선도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보다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추진하는 데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하는 기업들은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환경에서 기체 비행을 펼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시범운용구역을 지정받는다.
시는 미국·유럽 내 도시·공항·대학·연구소와 현안 및 노하우를 공유하고 기업 간 매칭으로 공급망 구축, 지분 투자 등을 지원한다. 거스(GURS)가 핵심이다. 거스는 2021년 인천이 의장도시로 역할을 수행하며 발족에 나선 로스엔젤레스·일드프랑스·오덴세·뮌헨의 도시·공항·연구소 간 계층적 협력체다. 대학에서는 인하대와 영국 크랜필드대가 참여 중이다. 회원은 당초 10개에서 14개 기관으로 늘어났다.
시 관계자는 “거스는 향후 도시 간 기업육성 등 공동정책을 마련하고, 대학·연구기관의 경우 기술의 개발, 인력 양성 등에 머리를 맞댈 것”이라며 “대륙별·거점별 선도도시를 포함해 협력체 규모도 점차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민의 정주 여건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구체적 일정 수립·실천으로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도심항공교통 성장 주력… 일자리 창출 등 이뤄낼 것”
“대한민국 관문 인천공항과 수도권 2600만 수요 바탕의 도심항공교통(UAM) 육성으로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정주여건 개선을 이룰 것입니다.”
앞서 시는 계양신도시·영종에 특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인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2년에는 관내 기초지자체와도 상용화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경기 광명시와 하늘길을 여는 데 협력하는 중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국토교통부 K-UAM 그랜드챌린지 2단계 대상지에 청라∼아라뱃길∼계양 14㎞ 구간이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유 시장은 “인천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학융합지구 프로젝트로 설립된 항공우주산학융합원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며 “이에 그치지 않고 거스(GURS)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UAM 활성화를 위한 정책 운영, 인력 양성 등 전반의 공동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2050년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86% 수준이고 각종 문제로 인해 경제·사회적 손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시장은 ‘UAM 시대’가 이런 현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유 시장은 “도심 상공을 활용하는 3차원 친환경 운송수단이 일상적으로 쓰이면 급격한 도시화와 기후 위기가 해결될 수 있다”며 “인천이란 대도시 배경의 UAM 체계를 한층 선제적으로 갖추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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