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래, 정봉주 논란에 “가해자가 사과했다 말하면 원망할 듯”
24년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그룹 클론의 멤버 강원래씨가 14일 “여태 가해자를 탓해 본 적은 별로 없다”면서도 “하지만 가해자가 제게 사과했었다며 말하고 다니면 평생 그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목발 경품’ 막말 이후 피해 장병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가 거짓 사과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를 우회 비판한 것이다.
강씨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24년 전 불법 유턴 차에 부딪혀 장애인으로 새 삶을 살게 됐다”며 “살면서 여태 불법유턴한 차의 운전자인 가해자를 탓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 “그가 누군지도 모르고 단 한번 뵌 적도 없다”라며 “그냥 사고는 제 운명이라 자책하며 행복을 찾아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하지만 가해자분이 저에게 미안했다고 사과했었다며 말하고 다니면 평생 그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글을 맺었다. 그는 과거 교통사고를 당했던 사진과 휠체어에 앉은 사진 두 장을 함께 올렸다.
2인조 댄스그룹 클론의 멤버였던 강씨는 ‘난’, ‘초련’, ‘쿵따리 샤바라’ 등 히트곡을 발표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 2000년 11월 오토바이 운전 중 불법 유턴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그는 하반신 마비 장애 판정을 받고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강씨는 24년전 사고를 꺼낸 이유와 관련해 조선닷컴에 “주변에 절단 장애인 친구들이 많은데, 친구들과 얘기하다 이번 일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정 후보의 사과 논란을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강씨는 이어 “만약 저에게 피해를 줬던 사람이 ‘강원래한테 용서받았어. 사과했어’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면, 그동안 미워하진 않았지만 더 미워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씨는 정 후보를 저격하거나 상처주려는 의도는 아니라면서도 “정치인의 그 말은 가해자에게 거짓말 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다른 모든 사람들에 거짓말 한 것이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정치를 한다는 거는 나보다 좀 더 겸손하고 뭔가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리더로서 해야 하는데 변명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중도장애인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이들이 받는 상처 중 하나가 놀림거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분들은 군인이었고 근무를 하다 사고가 난 걸로 놀림거리가 됐다”며 “무슨 얘기를 하다 나온 말인진 모르겠지만, 장애인을 유머 코드로 삼는건 아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2017년 인터넷 방송에서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거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2015년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에서 수색 작전 도중 북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가 잘린 우리 군 장병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나왔다.
정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목함지뢰 피해 장병)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렸다”고 해명했지만 피해 병사들이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는 보도들이 나오며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졌다. 정 후보는 이에 다시 “당시 사고를 당한 김정원 상사와 하재헌 전 하사의 연락처는 구하지 못해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못했다”고 했다. 직접 사과를 한 것은 목함지뢰 사고를 당한 또 다른 피해자이자 이 사건으로 항의한 이종명 전 의원에게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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