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는 줄어드는데도...작년 사교육비 27조 역대 최대

강우량 기자 2024. 3. 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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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중·고교생 사(私)교육비가 사상 처음으로 27조원을 넘으며 3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8% 늘어나는 등 우리 사회의 ‘학원 열풍’은 좀처럼 꺼지지 않는 모습이다.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1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1조1606억원) 증가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학원 등이 문을 닫으며 19조원대까지 내려갔던 사교육비는 2021년 23조원대로 사상 최고치를 뚫은 뒤 3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율은 2021년(21%)과 2022년(10.8%)보다 낮아졌지만,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3.6%)보다는 높았다. 가계 살림에 학원비와 과외비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해 초·중·고 학생 수가 521만명으로 전년(528만명)보다 1.3% 감소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되레 늘었다.

그래픽-김현국

전체 학생 중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도 78.5%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오르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5.8% 늘었다. 학원을 다니는 고등학생으로 범위를 좁히면 월평균 사교육비는 74만원까지 늘어난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를 거치며 사교육 수요가 크게 반등했던 영향이 계속 유지되며, 양적 측면에서 사교육이 불어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학원비로 한 달에 70만원 이상을 지출한 학생 비율은 전체의 22%로, 1년 전(19.1%)보다 2.9%포인트 늘었다.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비율(21.5%)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해 더 많은 학생들이 더 많은 학원비를 썼다는 얘기다.

소득 수준별로는 지난해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사교육비가 67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300만원 미만 가구 사교육비(18만3000원)의 3.7배를 쓴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6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며 과열된 사교육 시장 잡기에 나선 효과가 이번 통계를 통해 일부 확인됐다. 지난해 중학생만 떼어 놓고 보면 사교육 참여율이 1년 전보다 0.8%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7월부터 EBS 중학 프리미엄을 전면 무료로 전환한 효과로 추정된다. 또 충북(-1.1%포인트)과 인천(-0.6%포인트) 등 일부 지자체에서도 사교육 참여율이 줄어들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과 교육청이 사교육 경감 대책을 강하게 추진한 지자체에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을 물가 상승률 이내로 잡겠다던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시장의 크기를 무작정 줄이려 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으로 발생하는 교육 격차를 메워주는 방식으로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무작정 사교육을 근절하는 방식은 자칫 아이들의 재능을 죽이는 식으로 흐를 수 있다”며 “저소득층 아이들도 경제적 부담 없이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공공 부문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전부를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2026년까지 모든 초등학생들로 이용 대상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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