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의 시선으로 본 ‘한국 중식’ 역사[책과 삶]
한국 중화요리의 탄생
주희풍 지음
이데아 | 204쪽 | 1만7000원
짜장면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중식이다. 돼지기름에 볶은 춘장의 고소한 냄새를 맡으면 침부터 고인다. 이 냄새가 익숙한데도 항상 절실하게 느껴진다. 탱탱한 면발과 아삭한 채소를 입안 가득 빨아들이면 충만한 만족감이 몸 전체에 퍼진다. 한국인이 하루에 먹는 짜장면은 평균 ‘600만 그릇’이라고 한다.
짜장면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자 중국인 노동자들이 끼니를 때웠던 싸구려 국수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재한 화교 3세이자 중국학 연구자 주희풍은 <한국 중화요리의 탄생>에서 ‘베이징 탄생설’을 주장한다.
그는 “짜장면은 중국에서 민국(1912년) 이후 베이징의 한 다관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다”면서 “현재 중국에서는 이곳에서 짜장면을 제일 먼저 만들어 판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적었다.
한국인은 짜장면만큼이나 짬뽕도 사랑한다. 주희풍은 짬뽕에 대해 “일본 이름을 가진 한국 입맛의 중국 면 요리”라며 “한국·중국·일본의 합작품인 셈”이라고 적었다. 한국 화교들의 ‘초마면’에 고춧가루가 더해졌고, 중국 푸젠 일대 ‘식사하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의 일본어 표기를 한국어 발음으로 불러 ‘짬뽕’이 됐다는 것이다.
주희풍은 한국 화교의 시선으로 한국 중식을 본다. 한국 학계의 기존 관점과 다른 부분도 상당하다. 양장피, 전가복, 유산슬처럼 익숙한 중식 요리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한국 화교의 삶도 함께 그려낸다.
인천 화교 사회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중국집에서 접시닦이부터 주방장까지 어떻게 올라가는지, 화교 결혼식의 모습은 어떤지 생생하게 설명한다.
통상 책 마지막에 저자의 출간 소감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주희풍은 ‘공화춘의 후손 인터뷰’로 대신한다. 인천 차이나타운을 떠나는 한국 화교의 굴곡진 삶이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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