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제본 등 ‘별별’ 책들의 향연[책과 삶]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에드워드 브룩-히칭 지음 | 최세희 옮김
갈라파고스 | 296쪽 | 3만3000원
영국의 작가·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에드워드 브룩-히칭은 갓 돌지난 시절부터 부모와 함께 고서 경매장에 다녔다. 아버지가 희귀 서적상이었기 때문이다. 아들도 어느덧 식비, 집세로 서가를 채우는 처지가 됐다.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원제 The Madman’s Library)은 세계 문학사에 남거나 사상사의 흐름을 바꾼 명저가 아닌, 제목 그대로 ‘이상한 책’들의 역사를 담았다. “어마어마한 잔여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들, 버려져 잊히고 만 별종들”인 책이다.
종이와 잉크로 만든 책만을 생각하면 안 된다. 조난당했을 때 제본에 쓰인 금속 철을 요리용 꼬치로 사용할 수 있는 책, 미국산 슬라이스 치즈로 만든 책도 있다. ‘살과 피로 만든 책’도 따로 한 챕터를 할애했다. 양, 송아지, 염소 가죽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인간의 살가죽으로 만든 책도 있었다.
18~19세기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인피제본술은 살인, 의학 연구 문헌들을 장식했다. 19세기 말에는 “살에 담긴 위대한 글은 곧 필멸하는 육신이 영혼을 품는 것과 같다”는 그럴듯한 은유까지 얻었다. 중국 불교에서는 사람의 피로 경전을 필사하는 전통이 있었다. 먼 옛날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60세 생일에 서예가를 불러 자신의 피로 코란을 필사하라고 명령했다.
너무 작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책, 악마를 소환하는 책같이 이상하고 기괴한 책 소개가 이어진다. ‘제목이 이상한 책’ 챕터에는 <대머리 남성 찬양>, <내가 알고 지낸 물고기> 등 실존한 책의 제목이 실렸다.
가득 담긴 그림, 사진만 봐도 흥미롭다. 책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시대, 책의 물성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책이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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