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키우면 월급 절반이 학원비”…미친 사교육비에 소비·출산 다 막혔다
경기도에서 초등학교 1학년 딸과 5학년 아들을 키우는 이모씨는 “딸은 하교 시간이 빨라서 집에서 돌봐줄 수 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피아노와 미술학원에 보낼 수 밖에 없다”고 한숨 지었다.
사교육비 부담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가계 소득에서 사교육비 비중이 커지면서 ‘에듀푸어’를 양산하고 가뜩이나 확산중인 출산 기피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 3000곳 학교 학생 7만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1년 새 4.5% 뛰었다. 2022년 종전 최고 기록(26조원)을 갈아치우며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 수가 1년 새 7만명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늘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5.8% 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초·중·고생 10명 중 8명(78.5%)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교육부는 킬러문항 출제 배제, 영어 유치원 편법 운영 단속 등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으며 “사교육비 증가율을 물가 상승률 이하로 잡아두겠다”고 공언했지만 또다시 실패한 셈이다. 지난해 사교육비 오름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을 크게 웃돌았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 사교육비 목표를 2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줄이겠다고 밝혔다.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수능 출제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학원으로 달려간 고등학생은 오히려 늘었다. 고등학교 사교육비 증가율(8.2%)은 7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사교육비 순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막대한 사교육비가 가계에 충격을 주며, 출산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학원비를 줄이기보다 식비 등 다른 지출을 줄이거나, 빚을 지면서도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는 ‘에듀 푸어’가 늘며 출산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0~39세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47%는 ‘출산 의향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성은 자녀 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43.6%)를 첫 손에 꼽았고, 여성은 육아에 드는 개인 노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49.7%)를 들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19~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출산을 꼭 하겠다는 응답’은 17.1%에 불과했다.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마찬가지로 양육비, 교육비 등 경제적 이유(57%)가 가장 컸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0.68명으로 0.7명선마저 무너질 것이 유력하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 교수는 “결혼을 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는 주거비 문제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나 자녀를 낳을지를 결정할 때는 사교육비 부담이 큰 영향을 끼친다”며 “첫 아이를 키우며 사교육 지출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를 낳을 경제 여건이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서 특히 둘째 아이를 가질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첫째 자녀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택가격 안정, 신혼부부 주거비 경감이 필요하지만 둘째 자녀 출산을 위해서는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현실화가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은 1인당 사교육비가 1% 늘면 이듬해 출산율은 0.0019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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