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배송·짝퉁 환불…투자 상자 여는 ‘알리’
전문 상담사 두고 소비자 대응 강화…정부, ‘역차별’ 등 점검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1조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방침은 ‘짝퉁’ 상품, 배송 지연, 환불 거부 등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정부까지 나서 압박하려는 데 대한 유화책으로도 풀이된다.
14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시장에 앞으로 3년간 11억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최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사업계획서를 보면 알리는 올해 안에 18만㎡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2억달러(약 2632억원)가 투입될 통합물류센터는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규모다.
상품 입고, 포장, 배송까지 전 과정을 대행하는 통합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상품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센터는 한국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알리는 오는 6월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글로벌 판매 채널을 개설해 한국 상품을 발굴할 방침이다. 또 동남아시아 지역 ‘라자다’, 스페인어권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한국 상품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3년간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수출을 지원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날 알리는 한국 소비자 보호 정책도 발표했다. 정부가 전날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보호 강화 대책을 내놓은 지 하루 만이다. 알리는 고객의 불만·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300명의 전문 상담사를 둔 고객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소비자 보호에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복잡한 환불 시스템도 개선한다. 직접구매(직구) 상품의 경우 구매 후 90일 이내에는 별도의 증빙 없이 100% 환불받을 수 있다. 다음달 1일부터는 상품 발송일로부터 30일 내 상품을 수령하지 못하면 자동 환불도 가능하다. 직구 상품이 위조품이나 가품으로 의심되면 구매대금을 100% 돌려주기로 했다.
2018년 한국에 진출한 알리는 ‘초저가’를 무기로 한국 시장에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1% 미만 판매 수수료에 이어 최근에는 공짜 수수료를 선언하면서 CJ제일제당, 동원F&B 등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입점해 쿠팡 등 국내 업체들의 위기감도 커졌다. 지난달 기준 한국의 알리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는 818만명으로 쿠팡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용자가 급증한 만큼 소비자 불만과 피해도 폭주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가품 판매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주요 항목에는 부처 간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의 소비자 보호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 등을 철저히 감시해 국내 이커머스 업체 ‘역차별’ 문제를 없앨 방침이다. 해외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가품 반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대리인의 역할과 의무가 구체적이지 않고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직권조사에도 물리적 한계가 있어 실효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가품, 위해 품목 등이 무방비로 국내에 유통되는 등 정부 차원의 규제가 전무하다”며 “중국 플랫폼들이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와 국내 오픈마켓 셀러, 중소제조사들을 위한 정부의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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