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막말 제지 없어" CBS 또 법정제재 예고
선방심의위원장 "진중권 제어할 사람은 제작진과 진행자 뿐"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공정성·객관성 위반 심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민원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을 향해 “구속시켜야 한다”는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의 발언을 내보낸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제재가 예고됐다. 다수 위원이 법정제재 의견을 냈지만 제재 수위를 합의하지 못해 의결보류됐다. 의견진술자로 나온 CBS 제작진은 방심위에 대해 평론한 것이 왜 선거방송심의에서 다뤄져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는 14일 10차 회의를 열고 2024년 1월17일자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법정제재는 합의했지만 제재 수위를 정하지 못해 의결보류시켰다. 법정제재 중에서 강도 높은 제재인 '관계자 징계' 의견이 4인(백선기·권재홍·손형기·최철호) 나왔지만 '주의' 의견도 4인(박애성·심재흔·임정열·이미나) 나왔다.
이중 위원 3인은 처음엔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지도 의견을 내 큰 이견을 보였지만 위원 5인이 법정제재 의견을 내 과반이 되자 법정제재 중에서 가장 낮은 '주의' 의견으로 바꿨다. 하지만 최창근 위원 사퇴 후 보궐로 위촉된 김문환 위원이 개인 일정으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해 4대4로 의결이 보류됐다.
해당 방송엔 △출연자(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가 김경율 비대위원이 방송 당일 유튜브('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에 대해 인터뷰했음에도 김경율 위원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언급해 국민의힘에서 관련 언급을 하면 안되는 분위기인 것처럼 다루고 △김성동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출마 준비 중인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출연자(진중권 교수)가 '민주당 텃밭이어서 신청하는 사람도 없다'고 발언하고 △출연자(진중권 교수)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왜곡·과장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민원인이 주장한 심의 규정 위반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20조(명예훼손 금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8조(객관성) 등이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진중권 교수가 마포을이 민주당 텃밭이라고 국민의힘 아무도 안 가려 한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한다. 누구도 반박하거나 균형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며 “정치는 생물이다. 오늘하고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청취자 입장에선 마포을이 그냥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의견진술자로 나온 유창수 CBS 제작1부장은 “그때 상황에선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평론가가 이 정도 말하는 것도 금지된다면 '민주당이 과반하기 힘들다'고 전망하는 것도 금지되는 것이다. 이러면 시사프로그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진중권 교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진중권 교수는 지난 1월17일 방송에서 “방심위원장, 셀프 민원 넣은 것아니냐. 가족들, 아들, 딸 시켜가지고. 이거는 공적인 업무를 완전 왜곡시킨 것”이라며 “구속시켜야 한다. (대통령은) 이런 사람을 해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형기 위원은 “거의 명예훼손성이다. 위원장 청부민원 의혹은 민원인 신분이 노출됐다고 방심위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진행자가 또 '저희가 할 말은 하는 방송'이라고 덧붙인다. 진중권 교수의 막말 멘트에 대해 전혀 제지하거나 반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진 교수가 방심위가 국민의힘 입장에서 방송 심의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또 대통령이 단순, 무식한 사람들만 골라 쓴다고 말한다”며 “대통령이 비판 받으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조롱, 희화화하지 말라는 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유창수 CBS 부장은 “진중권 교수의 표현이 과했다는 건 저희가 인정하고 그런 표현 삼가달라는 뜻도 제작진이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사실 방심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지금 왜 선거방송에 저촉되는지 저희로선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 부장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말씀 드린다. 특정 표현들보다도 그 표현이 나온 취지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진중권 교수가 종편 프로그램에서 보수 패널 몫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 진중권 교수가 하는 말이 정부·여당 비판이라고 진 교수를 편파적이라고 하는 건 저희 입장에서 다소 과하게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과반으로 법정제재가 의결됐다. 백선기 위원장(방심위 추천)은 진중권 교수를 겨냥해 “폐단”이라고 했다. 백 위원장은 “세 가지가 있다. 모든 걸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자기 자신이 옳다고 이야기하고, 선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위원장은 “대중은 이런 사이다 같은 발언을 굉장히 좋아할 것”이라며 “제어할 수 있는 건 유일하게 제작진, 진행자다.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대4 의결보류로 차후 9인 위원이 모두 참석했을 때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선방심의위 제재 수위는 낮은 순서부터 '문제없음', 행정지도 '의견제시', '권고', 법정제재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또는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중징계로 인식되는 법정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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