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5선’ 정해진 러 대선 시작

정원식 기자 2024. 3. 1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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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일 사흘간 투표 실시
푸틴, 80%대 득표율 예상
스탈린 넘는 종신집권 발판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 흐메이밈 공군기지 장병들이 15~17일(현지시간) 예정된 러시아 대선에 앞서 13일 기지 내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15~17일(현지시간) 사흘간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다. 당선이 확실시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72)이 승리하면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의 기록을 넘어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차르(황제)의 전제 정치가 무너진 이후 최장기 집권하는 독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투표를 사흘 동안 실시하는 첫 대선이자 처음으로 온라인 투표를 허용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온라인 투표는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름반도에서 실시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획득한 영토에서도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2000년 첫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5선에 도전한다. 그 외에도 3명의 후보가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 산하 여론조사기관 브치옴(VTsIOM)이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은 82%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비영리 독립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센터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그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86%를 기록했다. 러시아 경제가 올해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서방 제재를 잘 견뎌내고 있는 것도 푸틴 대통령에게는 호재다.

유일한 야권 후보였던 정치평론가 보리스 나데즈딘은 출마를 위해 10만명 서명을 모았으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8일 서명의 오류를 이유로 후보 등록을 불허하고 대법원도 지난 4일 선관위 결정을 추인하면서 출마가 좌절됐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반정부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16일 돌연 사망해 야권의 구심점도 사라졌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개헌을 추진해 헌법의 ‘3연임 금지’ 조항을 무력화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겨 6년 임기를 채우고 2030년 대선에서도 이기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이 경우 총 32년을 집권하게 돼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29년 집권)도 넘어서게 된다. 명목상으로만 2인자였을 뿐인 총리 재임 기간(2008~2012년)까지 포함하면 러시아 황제 예카테리나 2세의 재위 기간(34년)도 넘어서게 된다.

러시아 당국은 푸틴 대통령의 2018년 득표율(76.7%)을 넘어서기 위해 온라인 전자투표 허용, 독립적 선거 감시인 배제 등 투표율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반푸틴 정서가 강한 청년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 승리를 발판 삼아 국내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서방과의 관계에서도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올려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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