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지상전 예고한 이스라엘 “피란민 140만명 이주”

선명수 기자 2024. 3. 1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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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대피 아닌 범죄” 지적

이스라엘군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며 작전 개시 전 피란민 140만명을 중부로 집단 이주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라파에 있는 140만명 중 적어도 상당수를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만들 ‘인도주의 구역’으로 이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중심부에 피란민을 수용할 ‘인도주의 구역’을 조성할 예정이며, 이곳에서 피란민들에게 임시 거주지와 식량, 식수 및 기타 생필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단 이주가 언제 이뤄지는지, 수차례 예고해온 라파 지상작전이 언제 개시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이 이른바 ‘안전지대’로 지정하며 대피를 명령했던 곳조차 무차별 공격하는 일을 반복해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스라엘군이 대대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는 남부 최대도시 칸유니스와 다음 공격이 예고된 라파 역시 이스라엘군이 한때 ‘안전지대’라며 북부 피란민들에게 대피하라고 명령했던 곳이다. 이 명령에 따라 북부와 중부 주민 200만명이 남부로 대거 피란을 왔으며, 그 결과 현재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60%에 달하는 140만명이 밀집해 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이 북부에서 남부로 지상작전을 확대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비좁은 가자지구 땅 이곳저곳을 계속해서 옮겨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이스라엘군의 전선 이동과 이에 따른 강제이주 조치가 민간인 ‘보호’는커녕 ‘살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골드스미스대학에 기반을 둔 연구단체 포렌식 아키텍처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적 대피’라고 주장하는 ‘강제이주’ 조치가 그 자체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선 또 이스라엘군이 지정한 ‘인도주의 구역’으로 떠날 수 없는 민간인을 자의적으로 ‘테러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짚었다.

이스라엘군이 재차 ‘피란민 대피’를 거론한 것을 두고 지상전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라파 공격을 거듭 반대해온 미국은 이스라엘로부터 민간인 보호와 관련한 어떤 계획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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