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배제’에…고교생 학원비 더 늘었다

김원진 기자 2024. 3. 1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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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사교육비 역대 최대
거리 점령한 학원 간판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이 27조원을 넘어 3년 연속 역대 최대액을 경신했다. 14일 한 학생이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를 걸어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정부, 수능 5개월 전 발표
“불안심리 자극, 지출 증가”
월 70만원 이상 구간 늘어
소득 간 격차도 더 벌어져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개월 앞두고 발표된 ‘킬러문항’ 배제 등의 정부 정책이 사교육비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인구감소에도 사교육비 규모가 불어나는 것뿐 아니라 소득에 따라 사교육비 격차가 벌어지는 데 따른 양극화 우려도 제기된다.

교육부·통계청이 14일 공개한 지난해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실제 지난해 고등학교 사교육비 증가는 유독 두드러졌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사교육비 총액이 12조4000억원, 중학교 7조2000억원, 고등학교는 7조5000억원이었는데 연간 상승률은 초등학교 4.3%, 중학교 1.0%, 고등학교 8.2%였다.

지난해 6월 갑작스럽게 발표한 킬러문항 배제가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사교육비 지출을 늘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비슷한 시기 사교육 경감대책도 내놨다. 정부가 갑자기 내놓은 입시 정책이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해 고등학교 사교육비 증가율(8.2%)은 2016년(8.7%) 이후 가장 높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사교육비 증가폭이 줄었는데, 고등학교(6.5%→8.2%)만 늘어난 것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고등학교 66.4%로 2022년에 비해 0.5%포인트 증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킬러문항 배제의 사교육비 영향에 대해) 명백하게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불안요인들 때문에 사교육 증가요인이 있는 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책의 시차 문제가 있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4.5%(1조2000억원)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5.8%)도 지난해 물가상승률(3.6%)을 뛰어넘었다.

정부는 사교육비 증가 추이가 전년보다 꺾였다는 데 방점을 뒀다. 2021년(21%)과 2022년(10.8%) 사교육비 증가율은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다만 2021~2022년은 코로나19 시기 외부활동 자제로 크게 줄었던 사교육이 다시 큰 폭 늘었던 시기라 추세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소득이나 사교육비 지출 금액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도 커졌다.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금액의 구간별 학생 비중을 보면, 60만원 미만에서는 학생 비중이 모두 감소했다. 반면 지출금액 60만원 이상 구간에선 전년 대비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70만원 이상 구간의 비중은 22%로 전년 대비 2.9%포인트 늘었다. 사교육비를 많이 쓸 여력이 있는 가구에서 사교육비를 투자를 늘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도 더 벌어졌다. 지난해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1000원이었다. 반면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18만3000원에 그쳤다.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는 전년(17만8000원)보다 5000원 오른 데 그친 반면, 800만원 이상 가구는 2만3000원 증가했다. 증가율도 소득 800만원 이상(3.5%) 구간이 300만원 미만(3.0%) 구간보다 더 컸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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