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방조 없었다’ 건설노조원 무혐의
경찰이 동료 건설노동자의 분신을 방조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건설노조 간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보수 성향 언론·시민단체 등이 “자살 방관”이라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수사당국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낸 것이다.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강원경찰청은 지난 4일 건설노조 간부 홍성헌씨의 자살방조 혐의에 대해 불송치(각하)했다. 각하는 법률상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법률이 정한 처벌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등에 내리는 결정이다. 한 차례 결론을 내린 사건에 대해 같은 내용의 고발이 접수돼 각하 처분을 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의 혐의를 고발한 사건은 총 2건이었다. 경찰은 이번에 각하된 사건에 앞서 같은 자살방조 혐의 사건에 대해 무혐의 종결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앞선 고발 사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을 진행했고 홍씨가 현장에 있었으나 분신을 종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1일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은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정부의 건설노조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졌다. 당시 정부는 건설노조를 조직폭력배에 빗대면서 이른바 ‘건폭몰이’ 수사를 해 노조 측의 비판을 받았다. 양 지대장은 공동공갈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고 홍씨는 양 지대장 분신 당시 현장에 있었다.
홍씨는 지난해 5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양 지대장이 연락해 법원에 갔더니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를 들고 있었다. 화단 잔디밭에 경계가 쳐져 있고 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통화로 지부장에게 양 지대장의 상황을 알리고 분신을 말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정부와 보수 언론·시민단체 등은 홍씨가 양 지대장의 분신을 말리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5월17일 폐쇄회로(CC) TV 화면 등을 근거 삼아 ‘홍씨가 양 지대장의 분신을 말리지도, 불을 끄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면서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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