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미국 국적이라고? 안사!” 중국 애국주의 어디까지

홍희정 2024. 3. 1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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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에서 가장 큰 생수 생산업체가 불매 운동에 직면했습니다.

창업자의 아들이 미국 시민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애국주의 성향 중국인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건데요.

중국의 애국주의로 인한 불매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그동안 주로 외국 기업이 중국의 애국주의로 인해 고전한 적이 많았는데, 이번엔 중국 기업인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네요?

[기자]

이번에 문제가 된 기업은 농푸산취안이라는 중국 최대 생수 업체입니다.

이 기업의 창업자 중산산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부자 목록에서 78조 원 가량의 재산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이 농푸산취안의 생수가 애국주의 성향 중국인들의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

생수를 화장실 변기나 하수구에 쏟아 버리고 있는데요.

상점에서는 가득 쌓여있던 생수를 치워버리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같은 생수 버리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전부 없애버릴 거예요. 하수도에 버려도 낭비가 아닙니다."]

["매일 바다에 와서 농푸산취안 물을 버리고 있어요."]

불매운동도 벌어지면서 지난 8일 중국 장쑤성의 일부 편의점들은 농푸산취안 생수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중국인들의 국민 생수로도 불릴 만큼 제일 많이 팔리는 생수라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건가요?

[기자]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농푸산취안의 경쟁사인 와하하 그룹의 회장이 사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농푸산취안과 와하하는 둘 다 저장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생수 제조업체인데요.

와하하 그룹 회장의 별세로 그의 일대기가 조명되면서 뜻하지 않게 초기 경쟁 업체였던 농푸산취안 창업자와 비교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농푸산취안 창업자의 아들이 미국 국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이 사실이 중국의 애국주의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포장지 디자인이 일본 사원 그림과 비슷하고, 야스쿠니 신사의 정문 모양과도 유사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일본이 아니라 중국 전통 사원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거라고 해명했지만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더 많은 선택권을 갖고 있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와하하 기업을 더 응원하고 싶어요."]

[앵커]

중국에서는 이런 애국주의 소비가 자주 외신을 통해 전해졌는데, 그동안 피해를 봤던 외국기업들의 상황은 지금 어떤가요?

[기자]

중국 내에서는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나 월마트 같은 미국 대형기업들도 이 같은 애국주의의 공격 대상이 됐는데요.

한때 중국에서 인기가 많았던 화장품 등 우리나라 기업 역시 애국주의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의 애국주의 소비는 지난 2021년 있었던 신장 면화 논란이 가장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일부 기업들이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나 직물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자 중국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 제품 불매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건데요.

이 과정에서 리닝과 안타스포츠라는 중국 기업의 매출이 급증하는 등 반사 이익을 크게 얻었습니다.

3년 정도 지난 지금은 상황이 조금 바뀌었는데요.

애국주의 소비를 등에 업고 크게 성장한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들이 지금은 매출 감소와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고 반면,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들은 뚜렷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감이 사라지는 데다, 해외 기업들의 현지 공략과 제품 경쟁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지금은 애플 대신 화웨이 열풍이 불면서 애플이 중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애국주의 소비는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에서도 종종 있는 일인데, 중국이 유독 심한 것 같아요?

왜 그런 걸까요?

[기자]

소비자들이 어떤 이유로든 특정 기업 제품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건 당연한 소비자들의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흐르거나 강압적인 분위기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데요.

중국 당국이 사회 전반에 걸쳐 애국 교육을 강화하고 있어서 지나치게 배타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애국주의 교육법을 채택하고 했는데요.

이에 따라, 학교는 물론 유치원뿐 아니라 기업과 종교단체에서도 애국 교육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생 중국에서 태어난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경례!"]

["오성홍기 아래서 태어나 자라 전란도 겪지 않고 부족함 없이 살고 있습니다."]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거로 보이는데 이 같은 경향은 민간 기업들에는 때로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중국 당국은 민간 기업 활동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데 애국주의 교육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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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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