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목발 논란 거짓 해명”…정봉주 ‘후보직 상실’
“강북을 제3자 전략공천”…박용진은 재공천 안 하기로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목발 경품’ 등 막말 논란이 불거진 정봉주 서울 강북을 후보(사진)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4·10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후보가 가정폭력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의혹도 이날 제기됐다. 정 후보의 발언을 두고 “오래전 발언”이라며 두둔했던 이재명 대표는 이날 “문제의 심각성을 저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날 5·18 폄훼 막말 논란에 휩싸인 도태우(대구 중·남) 후보의 공천 취소를 발표하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는 2017년 7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DMZ(비무장지대)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는 2015년 8월 경기 파주시 DMZ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인해 다리를 잃은 사건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에 정 후보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사과받은 바 없다고 반박하며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정 후보는 지난 1월4일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댓글창을 확인하며 “댓글을 봐야 한다. 이게 벌레가 많이 들어왔나, 진보가 많나, 보수가 많나”라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을 향해 욕설하며 “전국 40개 교도소 통일된 조폭이 내 나와바리(구역)”라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가정폭력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UPI뉴스는 이날 법원 판결문을 근거로 정 후보가 2001년 가정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서울북부지법에서 벌금 50만원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정 후보 입장을 듣고자 휴대전화 등을 통해 연락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미만의 사건은 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명부 전과기록에 나오지 않는다.
이 대표는 이날 대전 중구 민생 현장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 막말 논란과 관련, “국민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도록 하겠다”며 “우리도 매우 엄중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해 상응하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정 전 의원을 배제한 것은 국민의힘과 혁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날 5·18 폄훼 막말 논란에 휩싸인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취소한 지 약 10분 만에 정 후보 공천 취소 사실을 알렸다. 국민의힘이 돈 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의 공천을 취소한 것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전후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재추천 절차를 의결할 예정이다.
다만 정 후보 공천이 취소되더라도 경선에서 패한 박용진 의원을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경선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차점자가 공천받는 개념은 아니다”라며 “제3자 전략공천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내일(15일) 오전 재심위원회에 추가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 측은 “강북을 선거구의 ‘전략선거구 지정’은 당규 제10호 제13조 (선정심사)에 있는 내용에 위배되는 당규 위반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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