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은 옛말…치솟는 공사비에 '돈 먹는 하마' 된 재건축 (풀영상)

이호건 기자, 노동규 기자 2024. 3. 1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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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몇 년 전만 해도 어디에 재건축 단지가 나오면 건설사들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서로 자기가 하겠다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최근 3년 사이 공사비가 무려 43%나 치솟다 보니까 이젠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선뜻 나서는 건설사가 없습니다. 조합은 조합대로, 엄청난 분담금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현장을 이호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호건 기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신반포 27차 아파트입니다.

강남에 한강 조망권인데도 지난 1월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 단 1곳도 참여하지 않았고, 이어진 2차 선정도 유찰됐습니다.

잠실의 이 아파트도 시공사 선정이 벌써 2번 유찰됐고 3번째 입찰 공고를 내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윤기헌/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장 : 시공사들도 좋은 사업지를 이제 골라 다녀요.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 모시기가 힘들죠.]

공사비 급등이 장기화되면서, 이른바 노른자 땅이라는 서울의 입지 좋은 재건축 현장들도 속속 멈춰섰습니다.

지난해 전국 재건축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 5천 원으로, 3년 새 43%나 올랐는데, 서울은 이미 800~900만 원에 달합니다.

가장 많이 쓰는 철근이 56.6%, 시멘트는 46.8%나 급등해, 입찰해봤자 수익이 안나니 건설사들은 몸을 사리는 겁니다.

[건설사 관계자 : 조합이 생각하는 공사비랑 건설사가 생각하는 공사비랑 사실 잘 맞지 않아요. 지금 공사비 그걸 맞추려면 분양가가 엄청 또 올라가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분양이….]

궁여지책으로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는 운송비 절감과 안정적 자재 공급을 위해 부지 안에 레미콘 공장을 설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입니다.

조합도 고민이 큽니다.

공사비 폭등에 가구당 분담금이 수억 원, 심지어 현재 살고 있는 집값보다 더 많이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윤기헌/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장 : 새로운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있는 희망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재앙이 된 것 같아요. 그 분담금을 내고 들어와서 살 수 있는 그런 조합원님들이 많지 않다.]

[고종완/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 : 정부가 규제 완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당장 재건축 사업의 정상화를 꾀할 수는 없고 특히 1기 신도시 같은 경우도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로또는 옛말, 돈 먹는 하마가 돼버린 재건축.

사업 지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사비는 더 올라 합의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우려됩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 디자인 : 김민영, VJ :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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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공사비가 오르다 보니까, 재건축 조합원들 생각도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가능하면 더 높게 지으려고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층수를 원하는 곳이 많고, 또 돈이 많이 드는 고급 설계를 포기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노동규 기자입니다.

<노동규 기자>

서울 성수동1가 다가구·다세대 밀집 지역입니다.

한강을 경계로 압구정동을 마주해 이른바 '알짜' 재개발 지역으로 꼽혀왔습니다.

[저기 넘으면 이제 한강이 보이고….]

지난해 서울시가 50층 높이 규제까지 풀어주자 70층 넘는 초고층 고급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거라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런데 최근 조합원 선호도를 조사해 보니, 50층 미만으로 짓자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급등한 공사비 탓이라는 분석입니다.

[황상현/성수1지구 주택재개발조합장 : 70층과 50층은 건축비가 약 30%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분담금이 부담스러우니까, 50층만 해도 주거환경으로서 넉넉하다고 조합원들이 선택하신 거고….]

50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땐 관련 법상 공법과 자재를 달리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시공이 더 어렵고 '피난 전용층'도 마련해야 합니다.

준초고층에 비해 공사비가 많게는 50% 이상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은형/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긴 막대기를 땅에 꽂을 때를 생각해보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건축물 안정성 때문에 공사비 상당 부분이 건물 기초와 지반공사에 쓰이는데, 초고층 건물에선 이게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49층 재건축을 꾀하던 서울 개포동 주공 6·7단지는 35층으로 선회하기로 했고, 반포동 주공 1단지 1, 2, 4주구도 35층 높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초고층 아파트를 외면하는 사업 주체가 늘고 있습니다.

또 조합이 스스로 눈높이를 낮춰 고급 설계나 마감재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낮추기도 합니다.

공사가 계속 멈춰 있는 것보다 접점을 찾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겁니다.

결국 재정비 현장마다 냉정한 사업성 분석이 우선하게 돼, 재건축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채철호, 디자인 : 강윤정)

▷ "희망이 재앙으로"…'돈 먹는 하마' 된 재건축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572666]
▷ 재건축 조합원들 "초고층·최고급 안 바라요"…공사비 '촉각'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572667]

이호건 기자 hogeni@sbs.co.kr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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