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기록의 기억] (114) 우이동의 옛 그린파크호텔 입구
1971년과 2023년 사진은 같은 장소를 찍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멀리 산이 보이고 길 양옆에 숲이 있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숲의 모습도 많이 달라져 뒤로 보이는 두 개의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만 두 사진이 동일한 곳에서 촬영된 사실을 입증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두 바위 봉우리가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와 인수봉임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두 봉우리가 사진처럼 보이는 곳은 어디일까?
먼저 1971년 사진에는 정면에 ‘백운문(白雲門)’이라는 현판을 단 전통 양식의 웅장한 대문이 보이고, 문 뒤 오른편 숲속에 현대식 건물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문을 향해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오르막길을 가고 있다. 2023년 사진에는 큰 대문이 사라지고, 대신 경비실로 추정되는 작은 구조물 좌우로 차량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길 양편의 숲도 새로 조성되었으며, 오른쪽으로는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커다란 건물이 북한산의 모습을 거의 가리었다.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멘 두 사람의 뒷모습도 보인다.
이곳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북한산 등산로 어귀이다. 1971년의 백운문은 사진 오른쪽에 위치한 그린파크호텔의 정문이었다. 1968년 문을 연 그린파크호텔은 호텔보다도 야외수영장으로 더 유명했다. 50m 길이의 정규 풀과 다이빙 풀, 어린이 풀은 물론이고 수중 미끄럼틀을 갖추고 있었고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여서 여름이면 많은 사람이 붐비는 명소였다. 특히 높은 곳에서 타고 내려오는 ‘하이슬라이더’라는 미끄럼틀은 따로 이용료를 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2023년 사진의 새 건물은 옛 그린파크호텔 자리에 지은 ‘파라스파라’라는 리조트다. 2009년부터 짓기 시작하였으나, 시공사 부도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21년에야 개장했다.
그럼 ‘백운문’은 어디로 갔을까? 이 문은 현재 서울광장 앞 환구단에 있다. 이 문은 본래 1897년 세워진 환구단의 정문이었고, 1914년 일제가 환구단 자리에 세운 조선호텔의 정문 역할을 했으나, 1967년 조선호텔을 재건축할 때 해체되어 전혀 연고도 없는 우이동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2007년에 이 문의 내력이 밝혀져 2009년 원래의 위치에서 조금 옮겨진 곳으로 이전, 복원되었다. 백운대에서 딴 걸로 추정되는 ‘백운문’이란 현판도 물론 제거되었다.
* 이 칼럼에 게재된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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