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 해 입힐까 불안”…파견 공보의 업무 범위·법적 보호 문제로 현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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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 20개 대형병원에 파견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등 파견 의료진 158명이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됐다.
정부는 12일 각 병원에 하달한 '의사 집단행동 대응 대체인력(공보의·군의관) 지원·운영 지침'(지침)에서 파견 의사들의 구체적인 업무 관련 사항은 해당 병원장이 정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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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 업무 범위 명시 안 돼 혼란
정부는 12일 각 병원에 하달한 ‘의사 집단행동 대응 대체인력(공보의·군의관) 지원·운영 지침’(지침)에서 파견 의사들의 구체적인 업무 관련 사항은 해당 병원장이 정하라고 했다. 정부 지침에는 ‘주 최대 80시간 근무, 연속 야간 근로 금지’ 외에 별다른 업무 범위가 명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병원에 따라 파견 공보의가 맡은 역할도 제각각이다. 지방의 한 국립대병원은 일반의 자격증만 소지한 파견 공보의에게 드레싱, 수술 동의서 작성, 수술방 어시스트, L튜브(콧줄) 삽입 등을 시켰다. 일반의는 인턴 및 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의사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파견된 의사들은 각종 처방·동의서 업무와 배액관 제거 등에 투입됐다.
일부 공보의들은 제대로 교육을 못 받은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12일 한 대형병원에 파견된 공보의는 이틀간 마네킹 실습 등을 마친 후 14일부터 업무에 투입됐다. 의대를 졸업하고 전남 지역 보건소에서 공보의로 일하던 그는 수련병원 인턴 경험이 아예 없다. 그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틀간 배액관 제거 등을 마네킹으로 연습했는데 이는 인턴도 3개월은 지나야 숙달되는 의료 행위”라며 “환자에 해를 입힐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선 골반에 바늘을 삽입해 골수액을 채취하는 과정을 전문의가 아닌 일반인 공보의에게 맡기기로 했다가 공보의들의 항의로 철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보의는 진료보조(PA)간호사와 달리 법적으로 모든 의사 업무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업무 지침은 불필요하다”며 “현장에서 이들이 감당 가능한 선의 업무를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며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법적 보호 못 받을까 걱정도
군의관이나 공보의들이 진료 중 의료 사고를 일으킬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지침에서 각 근무기관이 이들을 소속 의사로 간주해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 공보의는 “업무 투입 전날까지도 병원 보험 가입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성환 공보의협의회장은 “정부가 법적 보호 책임을 병원에 전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정부에선 ‘소속 의사에 준해’ 법적 책임을 지라고 했지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리가 보호해줄 수 있는지는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파견 공보의의) 의료 사고를 책임지는 보호 장치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공보의로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병원 전산 시스템을 익히다 4주 파견기간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교수는 “공보의 파견은 병원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반면 해당 공보의가 있던 지역의 의료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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