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조작 의혹' 김수현·김현미 11명 등 기소…"정책 실패 은폐"(종합)

정채영 2024. 3.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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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 효과 목적…125회 조작
장하성 등 11명 '혐의없음' 처분
'통계 조작' 시효 5년…"입법 개선 건의"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고위 인사들이 부동산·고용·소득 관련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20년 11월 19일 국회 교통위원회에 출석, 윤성원 1차관과 대화를 하고있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고위 인사들이 부동산·고용·소득 관련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정부의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대전지검은 직권남용, 통계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실장을 기소했다.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과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김상조 전 대통령실 비정책실장, 하동수 전 대통령실 국토비서관 등 6명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장하성·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 11명은 혐의 없음 처분했다.

이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주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 가격 변동률을 125회에 걸쳐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집값 변동률이 공표되기 전 매주 3회 대통령비서실에 미리 보고하고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시적으로 주택통계를 조작했다.

국토부에서 매주 목요일 언론에 변동률을 알리기 위해 주 1회 '확정치' 보고를 받았으나 '주중치', '속보치'까지 3회에 걸친 보고를 받았다. 또 미리 보고받은 변동률이 높으면 예산 삭감을 내세워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수치를 조작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 8월24일 보고된 수치는 0.67(주중치)이었으나 같은 달 27일에는 0.47(속보치)로 28일은 0.45(확정치)로 낮아졌고, 결국 확정치가 대중에 공표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일부가 '확정치를 전주 확정치 수준으로 낮춰라', '장관님이 보아서는 절대 안 된다', '표본 가격 조사 때 최대한 보수적으로 봐달라' 등 발언으로 주택 통계 조작에 관여했다는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이 제공한 KB와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가격 주간 변동률 비교 그래프 /대전지검 제공

검찰이 제공한 그래프를 보면 부동산원이 제공한 주택 가격 변동률은 기준점인 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KB국민은행이 매주 공표하는 주택 가격 변동률은 상승을 의미하는 수치에 머무르고 있다. 서정식 차장검사는 "(KB는) 부동산 가격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조사하는데 부동산원은 상승 사실 자체를 은폐하려고 조작해 0에 수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변동률 하향 표시가 많은 지점은 문 대통령 취임 2주년과 제21대 총선이 있는 시기로 검찰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선거 악영향을 우려해 변동률을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고용통계를 조작한 혐의로도 김 전 실장을 기소했다. 김 전 실장과 강신욱 전 통계처장 등 통계청 관계자 4명은 일자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파악과 관계없는 다른 통계조작 방식 때문에 비정규직 수치가 증가한 것처럼 왜곡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소득통계 조작 의혹을 받는 홍장표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홍 전 비서관은 가계소득통계 조사 결과 소득 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통계청으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계 기초자료를 제공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서 차장검사는 "최종적으로 혐의없음 처분된 장 전 실장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에 한해서만 기소 대상에 포함했다"며 "전체적으로 혐의 인부를 판단할 때 의사결정 권한 참여 여부, 공모 여부, 범행에 본질적 기여 여부를 보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국토부와 통계청의 고위공무원의 지시를 받고 실질적으로 조작에 가담한 실무진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윤 전 차관과 이문기 전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서 차장검사는 '영장 기각을 두고 일각에서는 표적 수사라는 말이 나온다'는 지적에 "(영장 기각은)법원과 시각 차이로 인한 것"이라며 "수사를 진행하며 제기돼 온 의혹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에 표적수사라는 것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총선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기소해 정치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말에는 "총선을 감안해 신속하게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영장 기각이 두 차례 발생하면서 시간이 지연됐다"며 "그런(총선 영향) 목적이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서정식 대전지검 차장검사가 국가통계 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채영 기자

아울러 검찰은 국가 통계 보호의 필요성에 비해 처벌 규정의 낮은 법정형과 처벌하는 행위 유형의 공백이 발견돼 입법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 차장검사는 "통계법 위반 사건은 법정 공소시효가 5년에 불과하다"며 "통계 조작이 이뤄지면 정부가 바뀌었을 때 수사와 기소 기간을 감안한다면 수사의 어려움이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 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한 통계법 위반 사례"라며 "집중 수사를 통해 다수 고위 공직자들이 연루된 조직적·권력형 범죄임을 규명하고 범행 동기와 전모를 밝히겠다"고 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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