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 않는 담배꽁초 화재…저절로 꺼진다는 담배 태워보니
【 앵커멘트 】 우리나라에서 파는 담배는 모두 피우지 않고 두면 저절로 꺼지는 저발화성 담배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를 도입하고도 담배꽁초 화재는 좀처럼 안 줄고 있는데, 왜 그런지 강세현 기자가 실험해 봤습니다.
【 기자 】 지난해 산불이 난 인왕산의 등산로입니다.
낙엽 사이에 하얀 물체가 떨어져 있는데, 자세히 보니 담배꽁초입니다.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산에선 담배를 피우면 안 되지만 이런 등산로 초입에서도 담배꽁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5분 동안 돌아보니 두 손에 찰 정도로 꽁초를 주울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 황석현 / 경기 포천시 - "(낙엽이) 바삭바삭했던 것 같아요. 불나면 큰 화재로 번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담배꽁초 관리가 잘 안 되자 정부는 2015년에 저발화성 담배를 의무화했습니다.
담배에 불을 끄는 물질이 있는 밴드를 둘러 피우지 않고 그대로 두면 꺼지도록 한 겁니다.
얼마나 효과 있는지 불을 붙이고 지켜봤습니다.
금방 꺼질 거란 예상과 달리 한참을 기다려봐도 꺼지지 않고 타들어 갑니다.
4종류의 담배 가운데 가장 빨리 꺼진 담배가 2분 후에 꺼졌고, 다른 담배들은 3~4분이 지나고 나서야 꺼졌습니다.
심지어 다 탈 때까지 꺼지지 않은 담배도 있는데, 주변에 낙엽이 있었다면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 인터뷰(☎) : 공하성 /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담배꽁초의 온도는 1,000도 이상까지 온도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다른 가연물에 불이 옮겨붙을…."
기대와 달리 제도를 도입한 직후에 담배꽁초 화재가 더 늘었고, 지난해까지 뚜렷한 감소세는 없었습니다.
현재 담배 40개비 중 30개비 이상이 다 타기 전에 꺼지면 '저발화성'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십 초 이내에 꺼지지 않아도 되고, 24%는 아예 꺼지지 않아도 통과되는 겁니다.
제도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기준 강화는 논의되고 있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기획재정부 관계자 - "지금 저희 쪽에서 검토하거나 들은 거는 딱히 없네요."
건조한 날씨 속에 올해도 담배꽁초 화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 accent@mbn.co.kr ]
영상취재 : 김영진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 그래픽 :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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