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金 박탈 러시아 발리예바, 13~15세 때 56가지 약물 투여받아”

도핑 방지 규정 위반으로 올림픽 메달을 박탈 당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8)가 만 13~15세 때 56가지 약물을 투여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당시 카밀라 발리예바./김지호 기자

영국 더타임스는 팀 닥터들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2년간 발리예바에게 심장약, 근육 강화 아미노산 보충제, 합법적인 경기력 향상제를 혼합(cocktail)해서 줬다고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의사 3명이 제공한 약물 목록은 발리예바 사건에 대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판결문에 나와 있다. 심장 질환 치료제로도 사용되지만 일부 운동선수들이 도핑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복용하기도 하는 하이폭센과 L-카르니틴, 진통제, 지사제, 감기·독감 치료제, 크레아틴과 같은 여러 아미노산 보충제, 에너지 부스터 등이 포함돼 있다. 신체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엑디스테론도 포함됐다. 엑디스테론은 현재 금지 약물은 아니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세계반도핑기구 금지 약물 목록에 추가할 것을 촉구해왔다. 발리예바의 의사들은 엑디스테론을 발리예바에게 제공한 사실을 부인했다.

발리예바는 주니어 시절부터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구사하는 등 세계 최고점을 여러 차례 경신하며 압도적인 기량으로 주목받았다. 발리예바를 포함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 팀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으나, 발리예바 도핑 샘플(2021년 12월에 채취한 소변)에서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우승 직후에 알려졌다. 트리메타지딘은 혈류를 증진시키고 흥분제로 작용할 수 있어 2014년부터 금지 약물로 지정됐다. CAS는 지난 1월 도핑 방지 규정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며 발리예바에게 4년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발리예바의 베이징 올림픽 성적이 실격 처리되면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피겨 단체전 금메달을 잃었다.

미국의 반도핑 최고 책임자 트래비스 타이가트는 발리예바에게 투여된 약물의 수가 “끔찍하다”며 발리예바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치를 촉구했다. 발리예바와 함께 훈련했던 팀 닥터 3명과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에게는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팀 닥터 중 한 명은 과거 도핑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적 있다. 세계반도핑기구 올리비에 니글리 사무총장은 “충격적”이라며 발리예바가 책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