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 선방위, MBC 날씨 ‘파란색 1’에 법정제재 예고

박강수 기자 2024. 3. 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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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미세먼지 수치를 강조하면서 '파란색 1'을 화면에 띄운 문화방송(MBC) 날씨 예보에 대한 법정제재를 예고했다.

선방위는 14일 10차 회의를 열어 엠비시 '뉴스데스크' 날씨 예보 방송(2024년 2월27일)에 대해 심의위원 9명 중 7명이 법정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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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선거법 위반 아냐…‘방송 공정성’ 선방위 몫”
선방위원 7 대 2 법정제재 기울어…반론절차만 남아
지난달 27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 엠비시 날씨 코너에서 최아리 기상캐스터가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 수치가 1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22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미세먼지 수치를 강조하면서 ‘파란색 1’을 화면에 띄운 문화방송(MBC) 날씨 예보에 대한 법정제재를 예고했다.

선방위는 14일 10차 회의를 열어 엠비시 ‘뉴스데스크’ 날씨 예보 방송(2024년 2월27일)에 대해 심의위원 9명 중 7명이 법정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다음 회의에서 의견 진술을 듣기로 했다. 의견 진술은 법정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전에 방송 당사자의 반론과 해명을 듣는 절차다.

당시 ‘뉴스데스크’는 날씨 예보 코너에서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진 점을 강조하면서 코너 첫 화면에 파란색으로 숫자 ‘1’을 크게 띄웠다. 방송 이후 이 화면이 더불어민주당의 기호와 정당색을 연상하게 한다며 “문화방송이 민주당 선거운동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민원이 접수됐고, 최철호 위원의 안건 제의 후 신속심의가 결정됐다. 선방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는 ‘신속심의’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위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안을 심의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10조2항)라고 되어 있다. 이번 선방위에서 신속심의는 이 건이 처음이다.

선방위원들의 의견은 법정제재로 기울었다. 손형기 위원(티브이조선 추천)은 “날씨까지 이용하는 엠비시의 정치 편파에 분노한다”며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반면 이미나 위원(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해석을 봐도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질타할 수는 있지만 법정제재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라며 행정지도 의견을 냈다.

선관위 앞서 이 사안에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당 방송의 표현이나 발언이 선거운동에 이르지는 않아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선거방송의 공정성 여부는 선방위에서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3월18일 에스케이(SK) 스토아가 방송한 ‘깨끗한 나라’ 화장지 홈쇼핑 방송의 한 장면. 이 방송은 분홍색 의상과 숫자 2를 강조한 가격 팻말 등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을 받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왔고, 행정지도(권고)를 받았다. 이미지는 당시 해당 논란을 다룬 ‘비디오머그’ 영상. 비디오머그 유튜브 갈무리

문화방송은 논란이 일자 지난달 29일 후속보도를 통해 “국립환경과학원 ‘에어코리아’의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 최저값이 세제곱미터당 1마이크로그램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표에 따라 농도가 낮으면 파란색, 보통이면 녹색, 농도가 높아질수록 노란색, 빨간색으로 바뀐다”고 해명했다. 드물게 맑은 날씨가 관찰돼 이를 부각하기로 했고, 색깔 역시 환경부 기준에 따랐을 뿐이라고는 주장이다.

과거 선방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2020년 3월 에스케이(SK) 스토아에서 ‘깨끗한 나라’ 화장지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면서 가격 팻말에 숫자 ‘2’를 강조하고 쇼핑호스트가 분홍색 의상과 어깨띠를 두른 채 선거운동을 패러디한 형식의 판촉 방송을 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유세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당시 21대 총선 선방위는 이 안건에 대해 행정지도(권고)를 의결했다.

한편, 이날도 시사·보도 프로그램 다수가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시비에스(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와이티엔(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가 관계자 징계, 울산 엠비시 ‘뉴스데스크 울산’과 엠비시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주의를 받았다. 선방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법정제재로 나뉜다. 법정제재는 관계자 징계가 가장 무겁고 경고, 주의 순이며,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사유가 된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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