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선수 문건 ⑤ 검찰, 김건희 봐주려고 공소장 날짜 바꿨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주가조작 선수의 문건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김건희 여사가 주식 계좌를 맡겼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가 갖고 있던 문건이다. 여기에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황 증거들이 담겨 있다.
문건을 확보한 건 1년 6개월 전이다. 주가조작 선수가 작성해 보유했던 게 맞는지 그간 검증 작업을 거쳐왔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이 맞는 것으로 최근에야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문건의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편집자주>
도이치 선수 문건 ① ‘1차 작전 선수 문건’ 입수…필적 일치
도이치 선수 문건 ②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의문의 돈 거래
도이치 선수 문건 ③ 다른 ‘쩐주’ 진술서 “권오수, 김건희 이름 대며 빠지지 말라 설득했다”
도이치 선수 문건 ④ 선수 자필 메모에 “김건희 65만 주”…도이치 주식 더 샀나?
도이치 선수 문건 ⑤ 검찰, 김건희 봐주려고 범죄 시작 시점 늦췄나?
도이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의 자필 메모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보유 주식 수십만 주가 추가로 드러난 가운데, 김건희 여사가 이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의심되는 기간을 검찰이 공소기간에서 제외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선수 이 씨는 김건희 여사 등의 계좌로 2009년 12월 10일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집중 매집한 것으로 나오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검찰은 그로부터 13일 뒤인 2009년 12월 23일부터의 범죄만을 기소한 것이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관여 정황을 숨기기 위해 공소장 날짜까지 변경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
검찰 공소장의 모순, “11월 하순 범죄 시작”... 그러나 기소는 12월 23일부터?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주범들에 대한 공소장에서 이 사건의 범행은 “11월 하순에 시작됐다”고 썼다.
권오수는 2009년 11월경 주가조작 주포 또는 선수로 활동하던 피고인에게 주가부양 내지 주가 관리를 의뢰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2009년 11월 하순경 평소 알고 지내던 전OO에게 수급을 의뢰하여 시세 조종성 주문을 내거나 대량매집 하도록 하고…
-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 공소장 중
그런데 이상하다.
공소장 본문에는 분명 이렇게 11월 하순부터 시세 조종성 주문을 내거나 대량 매집을 했다고 써놓았는데 정작 구체적인 범죄를 적어놓은 범죄 일람표에 나오는 ‘첫 범죄’, 즉 처음으로 이루어진 시세조종성 거래는 2009년 12월 23일자다.
검찰이 가장 앞선 범행 날짜를 2009년 12월 23일로 정했기 때문에 이 날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식적인 시작일이 됐다.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PT 자료에서도 1단계 작전이 2009년 12월 23일 시작됐다고 썼다. 검찰이 그렇게 기소를 했으니 법원도 당연히 2009년 12월 23일 이후의 범죄에 대해서만 법적 판단을 내렸다.
즉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이 2009년 11월 하순이라고 해놓고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범죄의 시작점을 12월 23일로 특정했고, 그랬기 때문에 법원도 이 날짜 이후의 범죄만을 단죄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 이유에 대해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피고인 이OO이 시세조종에 동원한 계좌에서 주문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된 2009.12.23을 시점으로 특정하였음
- 1심 법원에 제출한 검찰 의견서 중(22.12.30.)
1차 작전 선수 이 씨가 도이치모터스 시세를 조종하기 위해 여러 개의 계좌를 동원했는데, 그 계좌들 중 처음으로 주문이 나온 날짜가 2009년 12월 23일이었기 때문에 공소 기간의 시작일을 그날로 특정했다는 설명이다.
선수 이 씨, “11월 하순부터 사기 시작했다” 법정 진술
그렇다면 범죄가 시작됐다는 11월 하순부터 기소 시점인 12월 23일까지 선수 이 씨는 대체 무엇을 했다는 걸까.이런 의문을 가진 건 뉴스타파 뿐이 아니었다. 권오수 대표의 변호인도 법정에서 똑같은 질문을 했다.
권오수 변호인 : 공소장에는 의뢰를 받은 게 2009년 11월 하순경이라고 되어 있고 시세조종은 2009년 12월 23일부터 시작됐다고 하거든요. 혹시 그 사이에는 누구에게 주식매수를 부탁했다든지 아니면 증인이 다른 누구의 계좌로 주식을 매수했다든지 이런 게 있는 지를 묻는 거예요.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 : 그 전에는 사실 주식을 많이 사지는 않았기 때문에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제가 갖고 있던 차명으로 좀 사보고 했었던 것으로 기억나고요. 2009년 12월부터는 제가 알고 있는 분들한테 얘기를 했지요..
-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공판 중 (2022.5.27)
많이 사지는 않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분명 사기는 했다는 답변이다. 11월 하순부터 주식을 사지 않았냐는 검사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검사 : 증인이 2009년 11월 하순경부터 권오수로부터 담보 제공 약속을 받고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본격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했었지요?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 : 예
-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공판 중 (2022.4.22.)
선수 이씨는 분명 11월 하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고 법정에서 여러 번 말했다. ‘2009년 12월 23일에 처음으로 주문이 나왔기 때문에 사건의 시작일로 특정했다’는 검찰의 설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검찰이 2009년 12월 23일 이전에 이루어진 거래를 문제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 의견서 “12월 10일부터 김건희 등 계좌 집중 매집”
취재진은 사건이 시작됐다는 2009년 11월 하순과 검찰이 사건의 시작일로 특정한 2009년 12월 23일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법원을 통해 입수한 검찰의 수사기록 만 2천 쪽에서 의미 심장한 대목을 발견했다.
검찰은 2022년 12월 26일 법원에 제출한 <피고인 권오수, 김기현, 이종호의 공모관계>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1심 법원에 제출한 26번째 의견서에서다. 39쪽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심리분석결과 중 일부>
동 계좌군은 이00이 김건희, 양OO 계좌를 이용해 집중 매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 (2009.12.10-2010.3.30) 중 113만 3,060주를 집중 매도한 것으로 확인됨
-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중 (2022.12.26.)
선수 이 씨가 김건희 씨와 쩐주 양 모 씨의 계좌로 주식을 집중 매수한 기간 동안, '동 계좌군' 즉 특정 계좌들이 주식을 집중 매도했다는 얘기다. 여기서는 모 펀드와 연관된 계좌들이다. 검찰이 이 얘기를 써놓은 건 한마디로 이 펀드와 권오수 회장이 짜고친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인데, 지금 맥락에서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맥락에서 중요한 건 날짜다. 선수 이 씨가 “김건희, 양00 계좌를 이용해 집중 매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은 2009년 12월 10일부터 시작된다. 검찰이 공식적인 사건 시작일로 잡은 12월 23일보다 13일이나 빠른 시점이다.
혹시 12월 10일이라는 날짜 표시가 오타나 오기는 아닐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부분은 검찰이 임의로 작성한 게 아니라 심리분석결과, 즉 한국 거래소가 계좌 내역을 직접 확인해 분석한 결과를 인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12월 10일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집한 계좌가 김건희 여사와 양00씨 계좌 중 어떤 것인지, 혹은 둘 다인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다.
뉴스타파는 법정 기록에서 쩐주 양 씨의 주식 계좌 거래내역을 발견했다. 권오수 회장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가 2022년 11월 18일 법원에 제출한 서증 설명자료 36쪽에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작성한 ‘이상거래 심리결과’에서 발췌된 내용이다.
여기에는 양 씨가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보유하고 있던 7개 주식 계좌의 거래 내역이 모두 나오는데, 양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2009년 11월 9일에 있었고 그 직후 거래는 2010년 1월 27일이다. 즉 2009년 12월에 양 씨의 계좌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다. 2009년 12월 10일부터 선수 이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집중 매집에 사용한 계좌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라는 뜻이다.
맞춰진 퍼즐… 검찰이 숨기려 한 것은?
‘2009년 12월 10일부터 선수 이 씨가 김건희 여사의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는 게 첫 번째 퍼즐이라면, 두 번째 퍼즐은 “김건희 65만주 동부증권 청담동 지점”이라고 적어 놓은 선수 이 씨의 자필 메모다.
두 퍼즐을 합치면, 2009년 12월 10일부터 선수 이 씨가 김건희 여사로 집중 매수를 한 주식이 자필 메모에 나온 65만 주이거나 그 일부였다는 의혹이 나온다.
여기에 마지막 퍼즐, 즉 11월 하순부터 주식 거래가 있었음에도 검찰이 12월 23일을 범죄 시작일로 특정한 사실까지 맞춰보면 이런 가설이 성립한다. 2009년부터 12월 10일부터 김건희 여사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집중 매수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검찰은 2009년 12월 23일을 사건의 시작일로 특정한 것은 아닐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사실의 공개 여부에 따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위치는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김건희 여사가 1차 작전 당시 17억 2천 3백만 원을 투자했고, 이 돈을 회수하자마자 다시 2차 작전에 투입한 사실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만약 김건희 여사가 1차 작전이 시작되기 전 이미 65만 주를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 당시 주가를 감안해 계산했을 때 김건희 여사의 1차 작전 투자 액수는 31억 원에 이르게 된다.
당시 김건희 여사의 자산은 얼마나 됐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신고한 재산 내역을 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김건희 여사의 예금은 50억 원이었다. 뉴스타파가 지난 1월 보도한 검찰 의견서에 따르면 그 중 14억 원 가량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벌어들인 돈이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8년 전인 2009년 말, 주가조작 작전이 시작됐던 2009년 말에는 김건희 여사의 예금은 그보다 적은 36억 원 이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김건희 여사의 성향상 재산이 계속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8년 전에는 재산이 더 적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많아야 36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예금 중에서 31억 원을 도이치모터스 한 종목에만 투자한 셈이 된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가진 현금 자산의 80% 이상을 한 종목에 몰아넣은 셈이다. 사전에 주가조작 작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더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의혹 해소 방법 있지만… 대통령실도 검찰도 묵묵부답
지금까지의 얘기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의혹이다. 다만 이 의혹은 여러 사실의 조각들을 검증하고 이를 정교하게 조립해서 완성된 것인만큼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검찰이 이 의혹을 해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당시 동부증권 주식 계좌의 내역을 공개하면 된다. 검찰은 이미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동부증권 직원과 김건희 여사 사이의 전화 녹취록을 공개하면 된다.
뉴스타파는 대통령실에 2009년 말 기준으로 김건희 여사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65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던 게 사실인지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중앙지검에도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12월 10일과 23일 사이에 대량의 주식을 매입한 사실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12월 23일 이전에도 주식의 대량 매집이 있었는데 사건의 시작일을 12월 23일로 특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의 ‘1차 작전 선수 문건’ 보도는 여기까지다.
뉴스타파는 많은 언론과 시민들이 직접 검증에 나설 수 있도록 이번 보도의 근거가 된 이른바 ‘1차 작전 선수 문건’을 뉴스타파 데이터 포털(https://data.newstapa.org/)에 공개한다.
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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