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 펴는 행동주의펀드·방어 나선 기업… ‘힘겨루기’ 시작

이도형 2024. 3. 1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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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정기 주총 본격 개막
첫 전쟁터는 15일 삼성물산 주총
주주연대 “배당·자사주 소각 늘려라”
삼성측 “미래 투자 재원 확보 못해”
KT&G, 대표이사 선임 표대결 예고
최대주주 企銀 “부적격” 반대 밝혀
금호석화도 자사주 전량 소각 충돌
삼양패키징, 행동주의 요구 수용
삼성물산과 기아, 아모레퍼시픽 등 상장기업 19곳이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동시에 연다. 올해 주총 시즌을 앞두고 정부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면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터라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세등등하다. 방어에 나선 기업과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삼성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물산 배당 늘려야”

첫 전쟁터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시티오브런던, 미국계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한국의 안다 등 5개 자산운용사는 주주연대를 결성하고 삼성물산에 보통주 1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의 현금 배당과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1조2000억원대 규모다.

앞서 지난 1월 말 삼성물산은 보통주 1주당 2550원을 배당하고 자사주는 3년에 걸쳐 모두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날 안다자산운용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찬성 권고를 했다면서 “주주제안의 합리성이 입증됐다”고 압박에 나섰다. 삼성물산 측은 경영상 부담이 되는 주주환원책으로 이를 받아들이면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렵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 삼성물산의 1대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8.13%)이며 삼성가 일가 및 우호 지분까지 합치면 33%가 넘는다.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한 지분은 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금호석유화학 제공
◆금호석화·KT&G 등도 분쟁

오는 22일 주총을 앞둔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연일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개인 1대 주주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와 손을 잡은 차파트너스는 금호석화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고, 김경호 KB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해 달라는 주주제안을 제시한 상태다. 반면 금호석화 측은 자사주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고, 최도성 한동대 총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에 선임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금호석화 측이 주총에서 차파트너스와 사측 제안 중 하나만 택할 수 있게끔 소집 공고를 낸 것을 두고도 충돌하고 있다. 이에 차파트너스와 박 전 상무는 지난 8일 주총 소집 절차와 결의 방법 등이 적법한지 조사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검사인 선임을 신청한 바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KT&G 주총에서는 방경만 총괄부문장(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안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됐다. KT&G의 1대 주주(6.93%)인 기업은행은 방 부사장의 사장 선임과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은행 측은 “방 부사장 선임 후 영업이익이 20% 이상 하락했고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등 문제가 있었다”며 “현 이사회 의장인 KT&G 사외이사 후보자가 여러 의혹에 충분한 해명 없이 재추천된 것은 사외이사 권력화이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분 0.46%를 보유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도 적극 동조했다. FCP는 이날 국내 주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KT&G의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면 시가총액이 오는 2028년에는 4배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KT&G는 “방 후보자가 2021년 사내이사에 선임된 뒤 연결영업이익은 수원 부동산 개발사업 등 일회성 영향을 제외할 경우엔 4% 성장했으며 주가는 13.4% 올랐다”며 “사외이사 출장은 글로벌 사업 인사이트 제고를 위해 규정에 따라 이뤄졌으며, 사외이사 후보는 독립적으로 구성한 추천위원회에서 한 것으로 경영진이 참여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행동주의 펀드와 동행을 택한 기업도 있다. 삼양패키징은 보통주 1주당 500원의 현금 배당 및 79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는데, VIP자산운용 측이 요청한 주주환원책을 수용한 결과다. 태광산업도 2대 주주(5.97%)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후보를 받아들였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투자 대상 회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지 점검해 그러지 않으면 독려할 수 있도록 책임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에 명시하기로 했다.

이도형·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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