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산이냐 모악산이냐…영광-함평 ‘산 이름’ 갈등에 표지석까지 훼손

함평=이형주 기자 2024. 3. 1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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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전남 영광군과 함평군이 경계를 이룬 불갑산의 정상.

불갑산 정상 연실봉도 행정구역상 영광과 함평이 섞여 있다.

그런데 불갑산 정상에 있는 표지석에는 왜 '모악산'으로 적혀 있을까.

내고향함평천지회 관계자는 "원래 이 산 명칭이 모악산인데 일제강점기에 불갑산으로 변경된 것"이라며 "주민 600명의 성금을 모아 세운 표지석에 누군가 낙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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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함평군 해보면 불갑산 정상에 세워진 표지석에 누군가 파란색 스프레이로 낙서해 놓은 모습. (사)내고향함평천지회 제공
14일 전남 영광군과 함평군이 경계를 이룬 불갑산의 정상. 높이 1.4m, 무게 1.2t에 달하는 큰 표지석에 ‘모악산’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곳곳에 파란색 스프레이로 ‘철거’라고 쓴 낙서가 흉물스럽게 적혀 있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불갑산(해발 516m)으로 공식 등록돼 있는 이 산은 영광과 함평 주민들이 함께 삶을 가꾸던 터전에 자리 잡고 있다. 불갑산 정상 연실봉도 행정구역상 영광과 함평이 섞여 있다. 이곳엔 문화재청이 명승으로 지정한 천년 고찰 불갑사가 있다. 붉은색 상사화인 꽃무릇의 국내 최대 군락지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불갑산 정상에 있는 표지석에는 왜 ‘모악산’으로 적혀 있을까. 함평지역 단체들은 지난해 10월 헬기를 투입해 이 표지석을 설치했다. 이에 영광지역 단체들은 기습적으로 산 이름과 다른 표지석을 설치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사)내고향함평천지회 관계자는 “원래 이 산 명칭이 모악산인데 일제강점기에 불갑산으로 변경된 것”이라며 “주민 600명의 성금을 모아 세운 표지석에 누군가 낙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광군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려와 조선 시대부터 각종 기록에 불갑산으로 적혀 있다”며 “불갑산 전체 면적의 60~70%는 영광 땅”이라고 반박했다. 산 이름을 둘러싸고 6개월 동안 이어지던 표지석 낙서 사건은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게 됐다.

함평=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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