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집단 사직' 전운 고조… 정부 '비수도권 80%' 정원 배분 속도

김표향 2024. 3. 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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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집단행동 논의 
실제 사직 많지 않을 듯… “교수 사회 분노” 
전공의 이탈 곧 한 달… “사직 효력 안 생겨” 
“지역의료 강화” 증원 2000명 지방 집중 배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의를 앞둔 14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 교수가 연구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한 달째 진료를 거부하고 있는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대학병원 교수들까지 대거 ‘집단 사직’을 결의하며 의료계에 전운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즉시 진료실을 떠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교수 사회는 정부의 강경 기조에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 정부는 “환자 곁을 지켜달라”며 교수들을 설득하는 동시에 대학별 정원 배정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내년 의대 신입생 증원분 2,000명 가운데 1,600명(80%)을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사직 한 달, 교수도 집단행동 가세

14일에도 여러 의대에서 교수단체 성명서가 쏟아졌다.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진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총회를 열어 사직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사직서 제출 시점은 추후 투표로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은 “전공의·수련의·의대생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원광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설문조사 참여자(102명) 가운데 97.1%(99명)가 “사직서 제출에 나설 수 있다”고 답한 결과를 공개하며 정부에 “의대 증원을 취소하고 논리적 근거를 토대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구가톨릭대 의대도 소속 교수(176명) 대상 설문조사에 응답한 123명 가운데 110명(89.4%)이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제재가 있으면 사직서를 내겠다”고 답했다. 동아대 의대는 교수회를 재결성해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고, 조선대 의대 교수회도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9일에 이어 이날 오후 다시 온라인 회의를 열어 자발적 사직과 겸직 해제 등을 논의했다. 전체 40개 의대가 대부분 소속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별개로,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 등 19개 의대 교수들이 모인 공동 비대위도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회 비대위는 사직서 제출 시점을 18일로 못 박으며 정부에 “합리적 해법을 내놓으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정부 “사직 효력 안 생겨”… 의대생 유급 위기

전공의 의료현장 이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14일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뉴시스

교수 사회가 일제히 급박하게 움직이는 건 전공의 집단 사직이 19, 20일에 한 달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민법 660조를 근거로 사직서 제출 한 달이 지나면 수리되지 않더라도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개원가나 다른 병원에 새로 취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민법 660조는 고용 기간 약정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한다”며 “전공의들은 다년간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해당 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발령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수리금지명령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안팎에선 교수들이 전공의들처럼 한꺼번에 병원을 뛰쳐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설사 일부 사직자가 있더라도 각 병원들이 필수의료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의료공백이 의료대란으로 확산하진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교수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다. 서울 지역 의대 교수는 “사직서 제출 여부는 각자 선택에 맡겼고, 사직을 강행할 것 같진 않다”면서도 “정부가 사태 수습에 나서지 않아 분노하는 교수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의대생 집단 유급 위기도 의대 교수들이 다급한 또 다른 이유다. 교육부에 따르면 부모 동의와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라 신청된 휴학 건수는 6,051건으로 집계됐다. 전국 의대 재학생(지난해 4월 기준 1만8,793명) 중 32.2% 규모다. 대다수 의대는 수업일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유급이 되는 F학점을 부여한다. 여러 학교가 개강 일정을 늦췄지만 1, 2월에 학사 일정을 시작하는 의대 특성상 일부 학교에선 유급 시한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가천대 의대에서 총장, 의대학장 등을 만나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올바르게 판단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2,000명 중 80%는 지역의대에… 의료개혁 박차

14일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 복도를 걷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교수들 집단행동에도 의대 증원 정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차관은 브리핑에서 “정부가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하는 사례는 없다”며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 생명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더욱 응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지금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때”라며 “환자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주고 전공의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배우고 성장하도록 전문의 중심 병원 구조 혁신과 근무시간 단축 등에 함께해 달라”고 교수들에게 호소했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 배정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증원한 2,000명을 비수도권에 80%, 수도권에 20%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거점국립대 의대를 육성하고 우수 의료인력을 지역에 안착시켜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책 취지에 부합한다. 앞서 정부는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현행 40%에서 6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2027년까지 국립대병원에 교수 1,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을 수도권 5대 대형병원(일명 '빅5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맞춤형 지역 수가 도입,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 지역 종합병원 집중 육성 등의 투자도 늘린다. 박 차관은 “의사를 늘려야 하는 시기에 직역의 주장에 밀려 의사를 감축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의료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현장을 떠난 의료진이 속히 복귀해 의료 개혁안 마련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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