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틱톡 퇴출법’ 미국 청년유권자 반발 넘을까

1억7천만 미국 이용자 정보 중 유출 우려 명분
하원, 압도적 찬성 의결…상원통과 여부 불투명

틱톡 이용자들이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하원에서 진행된 투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내 사용자만 1억7천만명에 이르는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 하원은 13일 중국 빅테크 기업 바이트댄스가 6개월 안에 자회사인 ‘틱톡’을 매각하지 않는 경우 미국 내 유통을 금지한 일명 ‘틱톡 금지법’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통과시켰다. 아직 상원 표결이 남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안이 통과되면 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틱톡이 미국 이용자 정보를 중국 정부에 유출할 경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규제 방안을 추진해왔다.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이라는 법안명에 그 취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미국·싱가포르에 각각 소재한 틱톡 법인의 모기업이자 비상장기업인 바이트댄스는 지배구조상 “글로벌 기관투자자가 60%, 중국인 창립자가 20%, 직원이 20%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미 하원 중국특위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공화당)과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민주당 간사)이 공동 발의했고 상임위에서 만장일치 통과 뒤 불과 8일 만에 하원 표결에 부쳐지는 등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틱톡 쪽이 법안 표결 전 이용자들에게 스마트폰에 ‘푸시’ 알림을 보내 의원실에 항의 전화를 걸 것을 독려했다가 역효과를 불렀다. 하원 의원실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며 업무 마비 사태로 이어졌고, 외국 적대세력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앱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되레 힘을 받게 됐다.

바이트댄스가 6개월 안에 자회사인 틱톡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구글·애플 등의 앱스토어에서 틱톡 앱을 내려야 한다. 어길 경우 이용자 1명당 5천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미 언론들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미국 사업부문만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에 이르는 터라 6개월 내 매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한다. 법안 발효 시엔 사실상 틱톡 퇴출로 이어질 거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다만 퇴출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10~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을 퇴출시켰다간 반발을 살 것이라는 우려가 상원(민주당 다수)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어서다. 당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부터 상원 표결에 미온적이다.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청년 유권자가 등 돌릴 수 있다”며 “11월 선거를 앞두고 패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 수정헌법 1조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몬태나주에서는 주 차원의 틱톡 금지법이 만들어졌으나 지난해 11월 연방법원이 시행 중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틱톡 쪽은 상원을 상대로 한 로비에 나서는 한편, “가능한 모든 법적 권한을 동원해 대응하겠다”(저우서우쯔 바이트댄스 최고경영자)며 소송전도 예고했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서도 요동칠 수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대통령 재임 때만 해도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는 압력을 넣어 왔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 “틱톡 퇴출은 페이스북(메타)만 키우는 일이 될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정유경 이본영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