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함지뢰 피해자 “정봉주 SNS 사과 납득 안 돼, 찾아와도 안 만날 것”

북한의 지뢰 도발로 다리를 잃은 김정원 상사(오른쪽)와 하재헌 예비역 중사. /연합뉴스

목함 지뢰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는 14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가 자신의 ‘목발 경품’ 발언을 재차 사과한 것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하재헌 예비역 중사는 “정 후보의 그런 사과를 받아줘야 하느냐”며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그냥 올려놓으면 그게 진심으로 하는 사과냐. 본인 지지자들에게만 ‘저 사과했어요’라고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봉주 후보는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자 전날(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하재헌 예비역 중사와 김정원 상사는 유선상으로 사과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거짓 해명 논란이 일자 정봉주 후보는 이날 재차 사과문을 올리고 “저는 목함 지뢰로 사고를 당한 아픈 경험이 있는 이종명 당시 의원에게 유선상으로 사과를 드렸다. 하지만 당시 사고를 당한 김정원 상사와 하재헌 예비역 중사의 연락처는 구하지 못해 직접적인 사과는 못 했다”고 설명했다.

하재헌 예비역 중사는 “당시 정 후보가 사과했다고 한 이종명 전 의원도 우리 연락처를 알고 있었다. 정봉주 후보 발언 당시는 나와 김정원 상사 모두 현역이라 군에 문의해도 연락처를 알 수 있었다”며 “연락처를 왜 못 구하나? 정 후보가 직접 사과하려는 어떤 노력도 안 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 후보 발언 논란을 두고 ‘잘못했지만 사과드렸고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세월이 지나면 잘못이 없어지나? 사건 당사자들과 가족들 심정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 /뉴스1

하재헌 예비역 중사는 “정 후보가 찾아와도 만날 생각이 없다. 사과를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다”며 “사과하고 사진 찍고 넘어가려고 하겠지만 거기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가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해도 받아줄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엔 “수년이 지나 출마를 앞두고 하는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또 다른 피해 당사자인 김정원 상사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현역 군인이라 관련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정봉주 후보는 2017년 유튜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두고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하하하.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이라고 발언했다. 2015년 8월 우리 장병 2명이 DMZ 수색 중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다리를 잃은 사건을 빗댄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