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위기론에 칼 뺀 한동훈… ‘돈봉투 의혹’ 정우택도 공천 취소

조병욱 2024. 3. 1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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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지지율 하락세 ‘정면 돌파’
무감동 공천 이어 이종섭·막말리스크
친윤 인사들에 ‘무딘 칼’… “초심 잃어”
‘금사과’ 고물가에 서민 한숨 깊은데
“매일 시장유세는 셀프 디스 가까워”
수도권 후보들, 韓에 특단 대책 촉구
도태우 부적절 발언 더 드러나자 결단
공천 취소 청주 상당 서승우 전략공천

위기의 ‘한동훈호’가 칼을 빼들었다. 돈봉투 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 5선 정우택 국회부의장(충북 청주 상당)과 5·18 민주화운동 폄하 논란을 일으킨 도태우 대구 중·남 예비후보의 공천을 전격 취소했다.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오던 여당 지지세가 하락 반전하면서 기류가 급변하자 ‘읍참마속’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번 카드로 당 지지율이 반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갤럽 기준 지난달 말 40%(지난달 27∼29일 조사, 전화면접)에 육박했던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이달 들어 37%(지난 5∼7일 조사)로 하락 반전했다. 하락 폭은 크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선 상승 추세가 꺾인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조국혁신당 등장과 맞물려 중도층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정우택 후보
◆제2의 수도권 위기론 대두 이유

수도권 위기감이 고조된 이유로 크게 5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무감동 공천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공천 심사 첫날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 석동현 전 검사장이 탈락하며 ‘친윤·검사’ 출신에 대한 배려가 없음을 공표했지만 결국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친윤(친윤석열), 비서관급 이상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은 대부분 양지에 공천을 확정했다. 반면 비윤계 의원들은 험지로 차출되거나 일부 낙천됐다. 두 번째로는 살인적인 물가다. 과실(과일) 물가가 전년 대비 40%가량 폭등했다.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은 3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의 책임은 필연적으로 정부 여당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세 번째로는 그동안 날카로운 대응력을 보였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 과정에선 무딘 칼이 됐다는 점이다. 5·18 민주화운동 폄하 논란이 인 도 예비후보에 대해 재심사 끝에 공천을 유지하기로 했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뒤늦게 공천을 취소했다. 또 당선축하 파티를 벌인 박덕흠 의원이나 이토 히로부미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성일종 의원 등 잇따른 설화에 모두 구두 경고를 하는 데 그쳤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그 후보가 5·18 정신 이어받겠다는 표현까지 쓰며 사과했다”며 “국민의힘에서 공직 후보자로 제시되려면 그런 시각(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의미도 있다”고 했지만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네 번째로는 취임 초 ‘김건희 리스크’를 언급하며 건강한 당정 관계를 지향했던 것과 달라진 지도부 분위기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에 대해 지도부 내 비판의 목소리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장은 “그분(이 전 장관)이 내일이라도 정말 필요하면, 공수처에서 부르면 안 들어올 것 같지 않다”며 “본인이 수사를 거부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하면 언제든 들어와 조사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임명 철회 요구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라며 일축했다.
마지막으론 한 위원장이 당초 당원 행사를 취소하고 이어가고 있는 전국 순회가 예상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서민들은 높은 물가에 사과 하나 사면서도 손이 떨리는데 시장을 매일 가는 것은 ‘셀프 디스’(자학)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물가가 너무 올라 죄송스럽다. 물가 잡고 잘하겠다“고 했다.
◆중도층 잡기 위한 특단책 절실

수도권 공천을 받은 후보들도 지도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서울 마포을 예비후보인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은 이날 오후 도 후보에 대해 “자진사퇴가 답”이라고 촉구했다. 수도권 한 예비후보도 “도태우·이종섭·장예찬 건은 중도층 표심을 갉아먹는다”며 “한 위원장이 한 번 더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서울에서 공천받은 한 예비후보는 “도태우·장예찬 후보 문제는 선거 과정 중 나온 게 아니라 냉정하게 보면 악재가 아니다”라며 “이걸 키우면 오히려 민주당 프레임에 말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오후 1시55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정 부의장의 돈봉투 의혹에 대해 중앙당사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 공관위는 청주 상당에 충북도 행정부시장 출신의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우선추천하고, 비대위에 재의결을 건의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오후 10시쯤 22차 회의 추가 결과 발표를 통해 “국민정서와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한 경우 후보 자격 박탈을 비롯 엄정 조치를 천명한 바 있다”며 도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 공관위는 6차 경선 결과도 발표했다. 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에선 국민의힘 현역 박형수 의원이 3선 출신 김재원 전 의원을 꺾었다. 부산 북을에는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4자 경선 끝에 공천을 받아 ‘낙동강 벨트’ 대진표가 완성됐다. 경기 하남을에선 이창근 전 서울시 대변인이 김도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이겼다.

조병욱·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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