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저가 플랫폼의 공습] 中 소비부진에 고전 알리·테무… 韓 초저가 공략에 사활

김수연 2024. 3. 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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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디플레이션에 소비 장기침체
韓 사업확장 등 해외 활로 모색
美4조 거대광고·초저가로 공세
국내 유통업계 불공정경쟁 우려
전문가 "품질·AS로 대응해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저가 플랫폼들의 공습이 거세다. 이들 플랫폼은 자국의 경기 둔화 속에 세계 5위로 성장한 한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활로 찾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단시간에 반전이 어려워 보이는 소비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부동산 침체로 인한 가처분소득 정체로 코로나 사태 이후 리오프닝에도 소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여력이 축소되면서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1월 -0.1%(전년 동월 대비), 12월은 -0.5%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디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전월 대비 1%로 반등했지만, 소비 부진이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작년말부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한국 이커머스 시장 공습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이런 중국 내부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10년 전 무역협회의 'K몰 24'와 '티몰'을 연동하고, 한국 스트리트 패션을 키워드로 티몰에 G마켓, 인터파크 특별관을 여는 방식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펼쳐온 알리바바그룹(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이 최근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사업·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2022년 말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전용 고객센터 운영을 시작한데 이어 테무가 작년 7월 한국에 공식 진출했고, 고물가 속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고객들을 공략하며 플랫폼 사용자들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한국 정부에 앞으로 3년간 11억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까지 제출한 상태다. 리오프닝 효과 기대 속에 생산한 중국산 제품들이 중국 소비 둔화에 판로가 막혀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한국은 중국, 미국, 영국, 일본에 이은 세계 5위 이커머스 시장(2020년 이마케터 조사 기준)인데다 코로나를 계기로 소비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한 시장이란 점에서 이들 중국 플랫폼의 핵심 타깃 시장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리바바그룹은 중국 내수 부진 속에 해외 활로 개척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우선 세계 5위 이커머스 시장인 한국부터 잡고, 이를 교두보 삼아 더 큰 시장인 일본 사업을 확대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또 알리의 대규모 투자 계획은 한국에 대한 중국 저가 플랫폼의 '자본 공격'의 시작일 뿐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일부 상품을 알리익스프레스보다도 저가에 판매하는 '초저가 전략'으로 이용자를 증대시키고 있는 테무가 이보다 더 거센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22년 출시한 테무의 경우, 2년 연속 미국 최대 인기 스포츠 경기인 '슈퍼볼'(프로풋볼리그 결승전) 개막식에 광고를 집행하며 자본력으로 시장 개척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슈퍼볼 경기에 30초짜리 광고를 하려면 약 86억8000만~93억5000만원이 들어간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테무의 온라인 광고비가 올해 30억 달러(약 4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중국 저가 플랫폼의 공세에 국내 유통업계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유통공룡 쿠팡의 경우 오프라인 유통강자인 롯데·신세계뿐 아니라 중국 플랫폼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선 중국 업체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달라며 규제당국에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 플랫폼들에도 국내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룰'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부터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사업하는 법인들에게 요구되는 의무공시, 납세, 소비자보호대책, 제품 안전성 인증 등의 책임을 중국 플랫폼들에도 동일하게 적용을 해야 한다"면서 "같은 룰을 적용해야 공정한 경쟁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중국 플랫폼의 공세 속에 살아남으려면 품질, 애프터서비스(A/S), 제품 안전성 등으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알리, 테무 모두 아직 중국 제품들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품질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지고 있다"면서 "바꿔 말하면 이 문제가 해소되면 중국 플랫폼들이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이커머스 업계 플레이어들이 품질 경쟁력, A/S 등 '소비자 신뢰' 부분을 강화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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