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 벗고 꿀벌 지킴이로 나선 송인택 이사장[인터뷰]

윤희일 기자 2024. 3. 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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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에서 꿀벌 살리기 주역으로 변신한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 정경채 사진작가 제공

“꽃이 피는 밀원수 100억 그루 정도가 전국 곳곳에 심어진다면 ‘꿀벌 실종’과 같은 위기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충북 영동군 학산면에서 사계절 꿀벌목장을 운영 중인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61)은 울산지검 검사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꿀벌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2022년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를 만든 그가 꿀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송 이사장은 14일 인터뷰에서 “노후에 양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꿀벌의 생태와 환경에 대해 연구해 왔는데, 꿀벌에게 꿀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밀원 숲, 즉 ‘꿀벌목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2016년 고향인 대전과 가까운 영동의 야산을 매입한 뒤 꿀벌목장을 조성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33만㎡의 목장 부지 중 벌목이 허용되는 21만㎡에 다양한 밀원수를 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상 꿀은 봄에 많이 생산되는데, 계절 별로 다양한 밀원수를 공급해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꿀벌이 천연 꿀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송 이사장은 “꽃이 피는 시기가 서로 다른 밀원수를 다양하게 심으면 꿀벌이 건강해지고, 보다 긴 기간 동안 품질좋은 천연 꿀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목장에 소나무·잣나무를 없애고 대신 피나무·오가피나무·쉬나무·아카시아·헛개나무 등 꿀이 많이 나오는 나무들을 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벌의 생육이나 꿀 생산량 등을 연구하기 위해 꿀벌도 일부 키우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충북도에 국·공유림은 물론 사유림을 활용해 대단위 꿀벌목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정책건의도 했다. 송 이사장은 “방치되고 있는 산림에 다양한 종류의 밀원수를 심는다면 양봉 농가에 천연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화분을 매개해주는 꿀벌이 많아지면 농사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2019년 검사 생활을 마친 그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면서 주말마다 영동의 꿀벌목장에 내려간다. 이달 23일 꿀벌목장에서 대규모 밀원숲 가꾸기 행사를 열 예정이다. 송 이사장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의 화분 매개로 생산된다”라며 “꿀벌이 잘 살아야 인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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