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15만원 지원?' "효과는 없고 '호갱님'만 양산"[권영철의 Why뉴스]

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 2024. 3. 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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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판매점에서는 "아직 전달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통신사들 "전산시스템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앞으로 3개월 걸릴 수도"
"지원금 최대로 받으려면 비싼요금제 가입해야", "통신비 인하보다는 착시효과"
"총선 앞두고 쏟아내는 선심성 정책 중 하나", "오히려 '호갱님'만 양산 할 수도"
CBS 박지환의 뉴스톡
■ 방송 : CBS 라디오 'CBS 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박지환 앵커>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입 이동통신사를 바꾸는 이용자에 대해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신형폰인 '갤럭시S24' 를 거의 공짜로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나섰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은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이고, 정부 발표와 달리 통신요금 인하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오히려 일명 '호갱님'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권영철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오세요.

◇박지환> 정부 발표대로라면 오늘부터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 현장에서는 실행이 되고 있나요?

◆권영철> 그렇지 않습니다. 방통위는 오늘부터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게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방통위 발표 내용은 이렇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4 기본형 최저가 모델(용량 256GB)의 출고가가 115만 원 수준인데, 현재 가장 높은 공시지원금 50만 원에 전환지원금 최대 50만 원을 더한 뒤, 유통망에서 제공할 수 있는 추가 지원금 15%를 더하면 115만 원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이론상으로는 '공짜폰'' 수준으로 갤럭시S24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한 대리점에 가서 문의를 했습니다. "오늘 번호이동을 하면 전환지원금 50만원을 주느냐?"라고 물었더니, 공시지원금 얘기만 했습니다. "오늘부터 전환지원금 준다고 하던데 그런 지침 받은 게 없냐?"고 다시 물었더니 "받은 게 없다"고 했습니다.

제 지인이 운영하는 서울 마포의 제법 큰 판매점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역시 그런 방침을 전달 받은 게 없다고 했습니다. 본사로부터 받은 건 "다른 통신사에 가입 고객을 뺏기면, 뺏기는 만큼 뺏어와야 하니까 고객관리를 잘 해달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환> 현장은 준비가 안 됐는데, 왜 오늘부터 되는 것처럼 발표한 건가요?

◆권영철> 그래서 통신사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방통위는 당장 오늘부터 전환지원금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통신사에서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전산시스템이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준비가 덜 됐다는 겁니다. 통신업계에서는 전산준비에 3개월 정도는 걸릴 거라고 하니까 '전환지원금' 지원은 시일이 더 걸릴 걸로 보입니다.

통신사 홈페이지에도 '전환지원금' 관련 공지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지환> 어떤 준비가 더 필요한 겁니까?

◆권영철> 가입 이동통신회사를 바꾸는 경우의 수는 가입자 전체가 됩니다. 전환지원금도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지만, 모든 가입자에게 50만원을 다 주는 건 아닙니다.

가입하는 요금제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걸 관리할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아직 완료가 안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환지원금을 얼마나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통신사마다 입장이 달라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박지환> 준비도 안됐는데 방통위는 왜 발표를 서둘렀을까요?

◆권영철>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총선용 선심성 정책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모법(단통법)의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시행령과 고시 제·개정안을 던져 놓고, 엄청난 지원금 지급으로 단말기 가격과 통신서비스 비용이 대폭 경감될 것처럼 '착시효과'를 유도하여 표를 구걸하려는 목적이 숨겨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도 "준비가 부족한데 발표부터 서두르는 건 어떤 목적이 있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박지환> 그런데 정말 궁금한 건 이렇게 하면 국민들의 '가계 통신비'가 실제로 낮아지는 겁니까?

◆권영철> 최신형 스마트폰을 거의 공짜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시현상'은 일어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시지원금 50만 원에 전환지원금 50만 원 혜택을 모두 보려면 월 13만 원 수준의 최고가 요금제에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서 일부러 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도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혜택을 입게 되니까, 오히려 통신비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호갱님'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박지환> 아니, 사실 '호갱님' 막자고 '단통법' 만들지 않았나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2014년 단말기 유통 개선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이동통신사들간의 고객 빼가기 경쟁으로 인해 '호갱님'이라는 신조어가 나왔죠. 가입자간 차별이 빚어진 겁니다.

그래서 단통법을 제정했는데, 전환지원금 제도가 시행되면 다시 이용자 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들이 나옵니다. '공시지원금'은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 번호이동 모든 고객에게 지원되는 반면, '전환지원금'은 번호이동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사업자 간 무한 경쟁이 빚어진다면 통신시장은 다시 혼탁해 지게 될 겁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1월 22일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윤·한 갈등'이 빚어지면서 참석을 하지 않았던 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겁니다.

윤 대통령은 그날(22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고시안대로라면 정부가 이통사들을 향해 무제한 지원금(마케팅비)을 쏟아부어 '가입자 뺏기' 출혈 경쟁을 벌일 것을 요구하고, 아울러 이용자들에게는 '제발 자주 자주 이통사 변경하는 번호이동 좀 해 달라'고 애원하는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지환> 실제로 통신사들이 가입자 뺏기를 위한 무한 경쟁을 벌이게 될까요?

◆권영철> 통신사들은 일단 관망하는 쪽입니다.

통신사 한 임원은 "현실적으로 돈이 무한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도 해야 하고, 시설도 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까 안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하지?"라면서 관망하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입장인데, 이유는 세 가지 정도입니다.

첫 번째는 그동안에 여러 지원금을 걸릴 각오로 몰래 꽤 많이 줬다. 아주 안 주지는 않았고 가끔 걸리기도 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전환지원금'을 공식화할 경우, 꽤 높은 요금제 또는 부가서비스가 달리게 될 거라는 겁니다. 외형적으로는 국민에게 선심 쓴 듯한 느낌을 줄지 몰라도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는 없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세 번째는 통신업체들이 '전환지원금' 제도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다른 통신사 고객을 뺏어올 기회라고 돈을 쓸 것 같지는 않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미 가입자는 포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출혈 경쟁 해봤자 통신사만 멍들거라는 얘깁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환지원금 지원은 의무가 아니라 통신사가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다"면서 "가입자가 포화 상태인데 단통법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서 무한경쟁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지환> 가계 통신비가 부담이 되는 건 단말기 가격 때문인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권영철> 그렇습니다. 갤럭시S24 울트라의 경우, 모델에 따라 2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합니다. 사실 통화 수단인 전화기가 아니라 고성능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셈이니까요.

가계통신비가 부담스럽다는 데는 단말기 할부가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 대책은 통신사에서 단말기 지원금을 주라는 거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전환지원금' 도입으로 통신사가 가입자 뺏기 경쟁이 과열된다면 이득은 제조회사로 몰리지 않겠습니까?

이용자 입장에서도 번호이동으로 인한 지원금 때문에 바꿀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일부러 휴대폰을 바꾸는 경우도 생길 겁니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메뚜기 족'이니 '호갱님'이니 하는 용어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두려면 사전 논의도 하고 문제점이 없는지 검토도 하고, 토론도 하고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통법은 아직 살아있는 법인데, 법을 위반하는 내용의 시행령과 고시를 만들어 발표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겁니다.

◇박지환> 다른 내용도 좀 정리하지요. 정부가 어제(13일) 발표한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은 어떤 내용인가요?

◆권영철> 정부가 발표한 발전 방안은 크게 두 가집니다. 하나는 '콘텐츠 투자 지원'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 규제완화' 입니다.  

정리하자면,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최대 30%까지 늘리고, 1조원 규모의 민관 합동 '케이(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를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제한 10%인데 이걸 풀고, 지상파나 종편의 재허가나 재승인 기간을 최대 7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지원은 늘리고 규제는 풀겠다는 건데요, 역시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사실상의 친재벌 미디어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언론노조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발전방안은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미디어·콘텐츠 부문의 규제 혁신, 글로벌 진출 및 신시장 선점 총력 지원,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이라는 네 가지 추진 전략을 제시했지만 새로운 방안은 하나도 찾을 수 없다"면서 "그저 지난 정부 때부터 미뤄둔 미디어 사업자의 규제 완화 요구만을 정리한 민원 처리 절차에 불과하다"고 혹평했습니다.

언론노조는 "총선 국면을 맞아 졸속으로 발표한 이번 발전 방안은 국내 미디어 대기업과 보수 언론사에 던져주는 당근일 뿐"이라면서 "정확한 법령과 시행령의 개정, 법률 개정의 일정도 없는 발전방안은 어떤 구속력도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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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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