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기피로 낙천하다니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4일 시민사회가 추천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임 전 소장을 공천 부적격 사유인 병역기피자로 규정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미 법으로 권리가 인정되고, 대체복무제도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병역기피로 낙인찍은 것은 차별이다. 매우 유감스럽다.
임 전 소장은 대체복무제가 없던 2004년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이듬해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그는 2009년 군인권센터를 세워 군대 내 인권보호에 앞장섰다. 국방부 대체복무 자문위원도 했다. 이런 활동을 평가받아 지난 10일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 4명에 포함됐다. 더불어민주연합 공천관리위 심사는 사실상 민주당이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병역기피를 이유로 부적격 통보를 받고 이의신청을 했지만 이날 최종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19조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를 계기로 2020년 대체복무제가 도입됐다. 대법원도 2018년 11월 종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2021년에는 비폭력·반전주의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는 병역기피가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받게 된 것이다.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병역 의무의 형평성은 오랜 갈등 사안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뒤늦게 인정받은 건 임 전 소장 같은 이들의 노력이 모인 결과였다.
민주당은 당시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대체복무제 입법을 주도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기피로 판단해 컷오프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양심의 자유와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던 민주당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에 동조하는 것인가. 민주당 측은 임 전 소장 공천에 대해 “종교계에서 반발이 매우 거셌다”고 설명한다. 그가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한 것을 문제 삼는 듯한데, 이 또한 공천 배제 사유로는 부적합하다.
양심의 자유는 인간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조건이자 민주주의 존립의 전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란 이유로 공직에 나갈 기회가 박탈돼선 안 된다. 민주당은 임 전 소장 컷오프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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