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사실 명확히 드러나" vs "전 정부 정치보복·망신주기"

대전CBS 김정남 기자 2024. 3. 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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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조작 의혹' 검찰, 문 정부 인사 11명 기소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 125차례 조작 혐의 등
총선 앞 수사 결과 발표에 '정치적 의도' 지적도
대전지검 제공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통계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전 정부가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앞서 관련자 영장이 2차례 기각되며 불거졌던 '표적수사' 비판에 대해 "조작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했고, 총선 앞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관련자 영장이 기각되면서 계획보다 지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김수현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결코 통계로 국민을 속이려 한 적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감사원과 검찰을 앞세워 집권 3년차까지 계속하고 있는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과 망신주기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 "정책 실패 감추기 위해 조직적으로 통계 조작·왜곡"


그래프 상 빨간 점들이 몰려있는 지점이 주요 조작 시기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대전지검 제공

대전지검은 14일 전 정부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부, 통계청 관계자 11명을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한 조직적인 통계 조작·왜곡이 있었다'는 것이 요지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토교통부, 통계청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주택통계·고용통계·소득통계에 관한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김수현·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전 정부 주요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실장 등이 공표 전인 통계를 미리 보고받고,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관련 통계를 낮추도록 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일례로 대통령비서실은 2018년 8월 24일, 다음주에 발표될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의 중간 상황(주중치)이 0.67이라고 보고받자 이를 낮추도록 지시했고 27일 0.47로 낮아진 변동률(속보치)에도 더 낮추라고 지시해 0.45(확정치)로 재차 낮아진 통계가 대중에 공표됐다.

그 시기는 선거나 주요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등 특정 시기에 두드러졌다고도 했다. 검찰은 "변동률 조작이 집중된 주요 시점은 크게 대통령 취임 2주년 전후, 국회의원 선거 전, 그리고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등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은 125차례에 걸쳐 조작됐고, 민간업체 통계 흐름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사전보고 또한 통계의 공표 전 제공을 금지하는 통계법 위반에 해당되며, 부동산원 임직원들이 사전보고가 부당하다며 12차례에 걸쳐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가 부동산원 예산 삭감 등으로 압박하며 거부했다고도 말했다.

검찰은 "국민들은 조작된 변동률 때문에 시장 상황을 오판하게 됐고 국가통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으며 주택통계 산정에 들어간 세금 368억 원이 허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전 정부 인사 "결코 통계로 국민 속이려 한 적 없어"


연합뉴스

검찰은 세종시 대통령기록관과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6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문 정부 인사 2명에 대해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한 '표적수사' 비판이 거셌다.

이에 대해 서정식 대전지검 차장검사는 "주택 변동률의 조작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고, 그간 의혹으로 제기돼왔던 통계 조작의 실체가 모두 드러났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총선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전 정부와 관련된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정치적 의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된 상태다. 서 차장검사는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중간에 영장 기각이라는 그런 사정이 2차례 발생하면서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는 좀 더 시간이 지연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목적이나 의도는 전혀 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저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어떤 권력자도 부동산 통계를 조작하거나 국민을 속이려 하지 않았다"며, "오르는 집값을 걱정하면서 '정확한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라'는 등의 말을 한 것을 조작 지시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감사원과 검찰은 2022년 여름부터 이 사건을 권력층의 지시에 따른 통계 조작 사건으로 몰아가려고 했고, 조작 지시라는 구체적인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자 실무진들을 더욱 압박하고 고통스럽게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있을 재판 과정에서 이번 일이 얼마나 왜곡된 편견, 무지에서 비롯됐는지 명명백백히 밝히도록 하겠다. 한 점 부끄럽지 않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꾸린 정책 포럼 '사의재' 또한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통계 보고 횟수를 늘리도록 하고 시장 상황과 어긋나는 통계 수치에 대해 그 원인을 파악하도록 한 것, 이상 사례로 통계가 왜곡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통계적으로 보정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들을 모두 '통계 조작'으로 간주했다. 과중한 업무에 대한 일선 담당자의 하소연과 푸념도 통계 조작의 증거인양 둔갑했다"고 주장하며 "조작된 통계 횟수가 125회에 달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이런 일체의 정책적 노력들을 모두 통계 조작으로 카운팅해서 나온 숫자"라고 비판했다.

'사의재'는 "총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자들의 망언이 잇따라 알려지고, 피의자인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로 빼돌린 몰염치한 조치에 대한 국민 비판이 비등한 상황에서 이슈 전환을 위해 기소 시점을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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