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의 중국화’ 우려 큰데… “中 관할 지역… 개입 못해” 뒷짐만

정지혜 2024. 3. 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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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이란 중국식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록을 추진한다.

문상명 동북아역사재단 한중연구소 연구위원은 2022년 '중국의 백두산 공정과 대응' 논문에서 "중국은 2006년부터 백두산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남북한에서 모두 중시하는 백두산의 역사와 가치를 독점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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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질공원 추진’ 대응책 보니
유네스코 전문가 구성 절차 거쳐
‘타국서 개입할 사안 아니다’ 판단
문화도 반영 ‘세계자연유산’ 아냐
‘대응할 명분도 약하다’ 입장인 듯
전문가 “역사 왜곡 뻔해 대비해야”

중국이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이란 중국식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록을 추진한다.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백두산 내 중국 면적에 속하는 부분을 등재하는 것이라 외교적 대응 명분은 크지 않지만, 만주 일대 역사·문화를 왜곡해 온 중국의 동북공정이 강화될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날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제21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는 창바이산을 포함한 18개 후보지의 신규 세계지질공원 인증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지정된다. 총 48개국에 195곳의 세계지질공원이 있으며 한국과 중국에는 각각 5곳과 41곳이 있다.
중국이 13∼2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리는 제21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를 통해 백두산을 중국 명칭인 ‘창바이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선정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TV가 2023년 10월 5일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백두산 8경’을 보도하면서 소개한 천지의 모습.
조선중앙TV
중국의 창바이산 세계지질공원 인증 신청과 관련해 정부는 특별히 대응할 방침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지질공원은 자국 내 영토에 한해 신청하고 유네스코에서 전문가를 구성해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만큼 타국에서 개입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인 걸로 보인다. 세계자연유산 인증이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자연유산은 자연상태 보존뿐 아니라 해당국가 고유의 문화적 특성도 반영하기 때문에 백두산의 한반도 경계, 한민족 문화 등에서 다툴 여지가 있지만, 단순 지질공원은 명분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행보를 ‘백두산의 중국화’ 시도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문상명 동북아역사재단 한중연구소 연구위원은 2022년 ‘중국의 백두산 공정과 대응’ 논문에서 “중국은 2006년부터 백두산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남북한에서 모두 중시하는 백두산의 역사와 가치를 독점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창의융합학부)는 “창바이산으로 유네스코 등재가 된다면 자연환경을 넘어 그 지역 일대의 고구려, 발해 역사 왜곡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가장 우려된다”며 “등재 이후에 백두산을 중국 것이라고 세계에 홍보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측면을 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다만 백두산이 현재 우리나라가 아닌 북한과 중국에 걸쳐 있는 영토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이번 세계지질공원 추진으로 한국과의 과거 문화적 마찰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단오절 등 절기부터 음식과 의복에 이르기까지 ‘원조 논쟁’은 지속됐다.

2004년 한국이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에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하자 중국 내에서 ‘한국이 단오를 빼앗아가려 한다’는 여론이 생겨났다. 중국과 한국의 단오는 음력 5월5일로 날짜가 같고, 중국의 명칭을 차용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명절이다. 결국 강릉단오제는 2005년 유네스코에 등재됐고, 중국의 단오절도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중국의 소수민족 조선족 문화로 등장한 한복과 장구, 부채춤 등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올림픽 한복 논란’이 지속되자 중국 측은 “개막식 공연 내용은 이른바 문화 원류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니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밖에도 2021년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치를 홍보하는 사진을 게시하고, 중국 유명 유튜버가 김치를 중국 전통음식인 것처럼 소개하는 등 중국의 ‘문화 공정(工程)’에 대한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정지혜 기자,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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