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심사탈락 급증… 中企 성장사다리 위축

김경렬 2024. 3. 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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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합병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합병 심사를 통과하지 스팩이 급증하고 있다.

거래소의 스팩 합병 심사를 통과한 업체도 줄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이 너무 많이 상장되고 있다. 그 많은 스팩들이 합병할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가격협상도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회 상장하는 기업들인 만큼 요건을 잘 갖춘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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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거래소 심사철회 12곳
'파두 IPO사태'로 감시 강화
<한국거래소 제공>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합병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까스로 합병할 곳을 찾더라도, 거래소의 심사에서 탈락한 경우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파두 사태'를 계기로 기업특례상장 거품 논란이 지속되면서 우회 상장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성장 사다리'로 불렸던 스팩의 역할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합병 심사를 통과하지 스팩이 급증하고 있다. 청구일을 기준으로 최근 3개년 간 거래소의 심사 철회 기업은 2021년 5곳, 2022년 4곳, 2023년 12곳으로 집계됐다. 작년 심사 철회 기업 수는 2022년 대비 세 배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스팩 합병에 실패한 업체는 이브로드캐스팅, 아토세이프, 함파트너스, 버드뷰, 레보메드, 글로비텍, 캡스톤파트너스, 비에스지파트너스, 유디엠텍, 뉴온, 러셀로보틱스, 크리에이츠 등이다.

거래소의 스팩 합병 심사를 통과한 업체도 줄었다. 2021년 17곳, 2022년 20곳, 2023년 16곳이다. 실제 합병에 성공한 기업도 2021년 19곳, 2022년 20곳, 2023년 11곳으로 감소해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유독 작년에 감소세가 뚜렷했다.

일정 기간 동안 합병하지 못한 스팩은 상장 폐지된다. 지난해 상장 폐지된 스팩은 7곳. 삼성스팩4호, 유진스팩6호, 에이치엠씨제5호스팩, 미래에셋대우스팩5호, 에이치엠씨제4호스팩, 하나금융16호스팩, IBKS제13호스팩 등이다. 모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 미제출로 관리종목 지정 후, 한 달 만에 상폐 수순을 밟았다. 3년 동안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한 것이다.

스팩은 애초에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설립한다. 일반적으로 코스닥에 상장된다. 스팩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는 기업공개(IPO)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남는 장사인 셈이다. 스팩에 투자하는 기업은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벤처창업투자회사 등이다. 이들이 스팩에 넣어둔 자금을 합병한 기업이 조달하게 된다.

문제는 스팩 합병이 줄면서 중소·중견기업 자금 조달 통로가 좁아졌다는 점이다. 스팩에 대한 기대감으로 묻지마 투자가 횡행하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다. 스팩의 순기능도 떨어질 수 있다.

지난달 말 코스닥 상장이 불발 난 '이브로드캐스팅'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지난해 7월 스팩 합병을 위한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다가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브로드캐스팅에는 한국산업은행(1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100억원), 프리미어파트너스(60억원), 코오롱인베스트먼트(20억원) 등이 투자해 '상장 대어'로 꼽히며 시장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비교기업의 기업가치 대비 주가순이익비율(PBR)이 고평가 됐다는 이유 등으로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투자사들의 자금 회수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밴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거래소에 업력이 많은 심사 위원들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좋았다"면서도 "하지만 정밀한 기업가치 평가를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심했다는 말을 들었다. 기준이 같더라도 심사 자체 온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심사와 관련해 바뀐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스팩 상장의 과열된 분위기를 지적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이 너무 많이 상장되고 있다. 그 많은 스팩들이 합병할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가격협상도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회 상장하는 기업들인 만큼 요건을 잘 갖춘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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