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한국쇼핑 다 지배하겠네…1.5조 투자·인재 대거영입 선언한 알리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김효혜 기자(doubleh@mk.co.kr) 2024. 3. 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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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투자 계획 전달
대형 물류센터 건립 추진
韓 셀러 해외 진출 지원
국내 인재 블랙홀 우려도
[자료 출처 =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중국 직구(직접구매) 서비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한국 경쟁사의 패션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국내 유통 인력 활발하게 채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알리는 축구장 25개 규모의 대형 통합물류센터를 지어 쿠팡 로켓배송에 필적할 신속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는 국내 유통업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정부에 향후 3년간 11억달러(1조4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로 이날 기준 홍콩증시와 뉴욕증시에서 이중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이 도합 500조원에 달한다. 중국 내에서 타오바오, 티몰 등을 운영하며, 글로벌 사업으로는 알리익스프레스를 포함해 동남아를 겨냥하는 라자다, 튀르키예를 공략하는 트렌드욜 등이 있다.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주체가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라는 건 직구 서비스 중심의 알리익스프레스 외에 보다 폭넓은 사업을 한국에서 영위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먼저 알리바바그룹은 2억달러(2600억원)를 투자해 올해 안에 한국에 통합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면적은 18만㎡(약 5만4450평)로, 축구장 25개 규모다. 쿠팡 내 최대 물류센터인 대구 물류센터의 2분의1 수준이다.

물류센터 설립은 알리가 한국시장을 보다 직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알리가 국내에서 펼쳐온 사업은 한국 소비자가 중국 시장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직접 사게 하는 ‘직구’ 중심이었다. 물류센터를 갖추면 항공·선박을 이용해 기존 직구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한국에서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할 수도 있다.

사업 영역이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와 직접적으로 겹치게 되는 것이다. 알리가 물류센터 확장을 통해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익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소비자가 토종 이커머스에서 이탈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인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알리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알리 버전의 ‘로켓배송’을 해야 한다”며 “알리가 신속 배송을 시작한다면 더 많은 고객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리바바는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돕는데 1억달러(13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조달(소싱)센터를 설립하고, 올해 6월에는 수출 플랫폼 기능을 할 판매 채널도 개설할 계획이다.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을 알리익스프레스 외에 동남아시아지역 라자다와 스페인어권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 산하 기타 이커머스로 확장할 계획도 있다. 알리바바는 이를 통해 3년간 5만개에 달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그룹이 조단위 투자 계획을 포함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이유를 최근 범정부 차원의 중국 이커머스 견제 분위기에서 찾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궁지에 몰리자 그간 지적됐던 소비자 보호 방법 등을 내놨다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계획에는 한국 소비자 보호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300명의 전문 상담사를 둔 고객서비스센터를 공식 개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직구 상품의 경우 구매 후 90일 이내에는 이유를 묻지 않고 100% 환불해준다.

알리바바그룹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한국 현지 판매자와의 협력, 소비자 보호,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 중국 이커머스가 영향력을 확장하는 모습을 챗GPT가 표현한 그림 [이미지 출처 = 챗GPT]
한편으로 알리는 국내 경쟁 업체 인력 영입을 늘려가며 유통업계 인재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알리는 최근 패션 분야의 전문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는데, 이는 알리가 운영중인 패션관에 국내 브랜드들을 입점시켜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알리의 이 같은 행보가 지그재그나 에이블리 같은 보세 패션 플랫폼은 물론 무신사와 W컨셉 같은 브랜드 위주의 패션 플랫폼에도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실제로 최근 11번가와 티켓몬스터 등 국내 오픈마켓에서 일하던 패션 분야 MD(상품기획자)들이 속속 알리로 전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요즘 상황이 좋지 않은 일부 패션 플랫폼이나 오픈마켓 쪽 인력들이 알리로 하나둘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알리는 지난달부터 패션 업계 인력을 대거 채용 중인 상황으로, 원하는 직급도 다양하다. 또 뷰티와 생활용품 등 관련 분야 인력까지 영입하려 하고 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한국 시장 내 셀러·파트너 소싱 노하우 보유’를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는데, 이는 국내 브랜드 입점을 늘려 다른 플랫폼 및 오픈마켓과 경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주로 중국산 초저가 제품들 위주로 판매했지만 최근 국내 브랜드로 상품군을 넓히며 다양한 가격대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플랫폼 내부 카테고리인 ‘케이베뉴’(K-venue)에서 한국산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또 패션전문관 ‘에이패션’(A.Fashion)에선 국내 유튜버들과 협업한 컨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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