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58 국민보고대회 대한민국 인구 대역전] 수도권 과밀 해소한 佛 출산율·지역 다 살렸다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4. 3. 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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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사클레에서 생물학 연구원으로 일하는 파비앵 피에르 씨(43). 그는 파리 도심에서 약 40㎞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 고메스라빌에 자리한 '보드르빌의 온실'에서 유기농으로 허브를 재배해 판매한다.

피에르 씨는 "실험적으로 허브를 키우고 있을 뿐,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바꿀 생각은 없다"며 "날씨가 따뜻한 봄여름과 가을에 온실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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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출산율 1등의 비결
집·일터와 별개로 마련된
지방 제3의 장소서 여가·부업
전국에 인구 퍼트리는 효과

◆ 국민보고대회 ◆

파리-사클레에서 생물학 연구원으로 일하는 파비앵 피에르 씨(43). 그는 파리 도심에서 약 40㎞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 고메스라빌에 자리한 '보드르빌의 온실'에서 유기농으로 허브를 재배해 판매한다. 허브가 완전히 자라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직접 만든 액세서리와 아이스크림을 온실 회원들에게 팔기도 한다. 피에르 씨는 "실험적으로 허브를 키우고 있을 뿐,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바꿀 생각은 없다"며 "날씨가 따뜻한 봄여름과 가을에 온실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보드르빌의 온실은 프랑스 국토 균형발전을 관장하는 지역결속국가청(ANCT)이 운영하는 '티에 리외(제3의 장소)' 중 한 곳이다. 티에 리외는 제1의 장소인 집이나 제2의 장소인 일터·학교와 별개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사회활동을 하는 새로운 공간을 의미한다. 프랑스에선 고메스라빌 같은 소도시에 티에 리외가 들어서면서 젊은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새로운 여가·경제활동이 촉발되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50년간 여성 1명이 평균적으로 아이 2명을 낳는 추세를 유지해왔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1.76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비결로 사회복지 정책과 함께 국토 균형발전이 꼽힌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가운데 수도권(일드프랑스) 인구 비중이 약 20%로 높은 편이지만, 오랜 기간 지방 중소도시 활력 증진에 역점을 둬왔다. 인구가 전국으로 분산되며 젊은층 삶의 질이 개선됐고, 이는 높은 출산율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질 피송 프랑스 국립인구학연구소 연구원은 "개개인이 사는 공간 크기가 너무 작아지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친다"며 "아이를 키울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2015년(1.24명)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해 0.72명까지 추락했다. 도시국가 수준으로 수도권 과밀이 가속화하면서 청년들이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게 됐고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고메스라빌(프랑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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