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에 쌓이는 피로도… 각계서 "의·정 대화해야" 촉구
교수·학생 집단움직임 자제 호소
정부엔 구체적인 전략 마련 요청
전국곳곳 갈등 불씨는 여전
대구 의사집회·울산 병원노조 마찰
【파이낸셜뉴스 전국 종합】 4주차에 접어든 '의료사태'의 종식을 촉구하는 전국 각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한발 물러나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기화된 의·정 갈등으로 국민들의 피로감마저 극대화되고 있다.
10개 국립대 총장으로 구성된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14일 의대생과 전공의를 향해 학교와 병원으로 복귀할 것을 호소했다. 집단사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의대 교수에는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정부에 의료공백 사태를 진정시킬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동맹휴학 신청과 수업 거부에 나선 의대생들에겐 "강의실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면서 여러분의 주장을 펼쳐달라"고 요구했다.
전공의에는 현장 복귀를,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대 교수와 전임의에는 집단사직 자제를 호소했다. 협의회는 "전공의 집단 사직은 이미 많은 병원에서 심각한 진료 공백을 야기하고 있다"며 "전임의와 교수진의 추가 사직이 이어진다면 의료현장 혼란을 더욱 악화시키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를 향해선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출구전략' 마련을 요청했다. 협의회는 "의대 정원 확대 후 재정·환경적 개선뿐 아니라 선진화된 기초·임상교육 과정의 안정적 운영, 실습 기자재 및 교수 인력 확보, 고도화된 임상실습 환경 구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학생이 늘어나는 내년도 예산 편성부터 의대 교육환경 구비를 위한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및 실행 계획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했다. 총장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라면서 의정 간 대화의 장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의·정뿐만 아니라 관련 단체들의 추가 마찰마저 발생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의사들의 진료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지난 12일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지역대학 의과대학 신설, 대구경북 지역 의대 정원 최우선 증원 등을 담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이 결의안을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 기관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반면 경북도의사회와 대구시의사회는 지난 13일 오후 중구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앞에서 '의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대시민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여전히 복귀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구·경북 지역 의사회가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의사회는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의대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패키지 정책'이 오답과 오류로 가득 채워져 의료 개혁이 아닌 의료 파탄을 조장하는 정책이라는 걸 밝히기 위해 설명회를 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는 엉터리 묻지마 정책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국민과 의료계를 기만하고 있다"면서 "올바른 의료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외치는 전공의들을 겁박하며 환자를 버린 파렴치한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이탈 후 악화된 경영상의 문제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울산대병원에선 병원 노조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와 책임이 간호사 등 일반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주장하고 나서 또 다른 갈등이 불거졌다.
노조는 "단체협약에 전환배치를 할 경우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고 최소 2주 전에 통보하도록 명시돼 있다"라며 "병원 사정으로 휴업을 한다면 근로기준법에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면 될 일인데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무급휴직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간호사들 의료 행위에 대해서도 고충을 토로하며 피해 사례를 전했다. 아울러 노조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철회하고 복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하라고 병원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무급휴가의 경우 희망자에 한해서 신청을 받고 있다"라며 "강요하거나 강제한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는 예비비 8억 4000만원을 긴급 투입해 울산대병원의 비상 진료 인력 양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울산대병원의 PA간호사(의사보조자·Physician Assistant)'다. PA간호사는 응급실 및 중환자 관리, 수술 부위 봉합 등 81개 진료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PA간호사 양성비를 지원하는 것은 울산시가 처음이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김장욱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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