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옛 신문광고] 골프장과 박정희
6·25전쟁이 끝나자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골프 얘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이승만 대통령은 골프를 치지 않았는데 미군 장교들이 주말이면 군용기를 타고 일본 오키나와로 가서 골프를 친다는 말을 듣고는 군자리(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골프장을 재건하라고 지시했다. 일제강점기에 영친왕의 하사금으로 만든 골프장인데 전쟁 통에 형체가 없어진 곳이었다. 군자리골프장은 휴전 이듬해 서울CC로 재정비되어 문을 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인 시절에는 골프를 치지 않았고 5·16 이후 입문했다고 한다. 1세대 프로골퍼 한장상을 청와대로 불러 레슨을 받으며 골프를 자주 즐겼다. 박정희가 골프를 치자 자연스럽게 '골프정치'가 성행했다. '윤필용 사건'의 시발점도 골프장이었다. 1972년 말 박정희가 골프친구인 신범식 당시 서울신문 사장에게 "내 후계자 소문이 돈다던데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다. 신 사장이 바로 대답하지 않자 박종규 경호실장이 신 사장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겁을 먹은 신 사장은 "(수도경비사령관) 윤필용이 술자리에서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에게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노발대발한 박정희는 당장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결국 윤필용이 징역 15년을 선고받는 등 10여명이 처벌을 받았다.
박정희가 골프 발전에 기여한 부분도 있다. 골프장을 여러 개 지었고,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박정희의 말 한마디로 용도가 바뀐 골프장도 여럿 있다. 대북밀사로 평양에 간 이후락이 그곳 어린이공원을 보고 돌아와 보고하자 박정희는 당장 서울CC 자리에 어린이공원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이 그렇게 생겼고, 지금도 골프장의 형체가 남아 있다. 회원들은 경기 고양 한양CC를 사들여 옮겼고, 이름도 서울한양CC로 변경됐다. 막걸리를 좋아한 박정희가 이 골프장에 다녀오다 들어간 집이 '배다리 막걸리'다. 박정희는 청와대로 배달시켜 마시기도 했고, 그 막걸리도 유명해졌다. 일제강점기에 군자리 외에도 서울 효창원과 청량리, 부산 수영, 대구 비슬산, 평양에도 일본인들이 건설한 골프장이 있었다. 1924년 3월 18일자 매일신보에 일본 골프선수와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이 효창원 코스에서 골프회동을 하는 사진이 실려 있다. 희미하지만 한구석에 한복을 입은 사람 둘이 보이는데 캐디일 것이다.
1976년까지 부산의 국제공항이었던 수영공항은 일제 때 골프장이 있던 곳인데, 태평양전쟁 말기에 군용비행장으로 바뀌었다. 공항이 김해로 이전한 후 현재 센텀시티로 변모했다. 달맞이고개가 있는 부산 해운대 와우산에도 1956년 상공인들이 골프장을 만들었다. 1960년대 말 이곳에서 골프를 쳤던 박정희는 "전망이 좋아 고급 주택지로 개발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 자리에 AID 주공아파트가 들어섰고, 지금은 민간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해운대 골프장은 노포동으로 옮겨 부산CC가 됐다.
서울 관악산 자락에 있던 관악CC는 1967년 문을 열었지만 4년밖에 운영하지 못했다. 1970년 3월 어느 날 관악CC 근처를 지나다 풍광을 본 박정희는 최문환 당시 서울대 총장에게 친서를 보냈다. 관악CC 자리에 서울대 종합캠퍼스를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편지에는 "야음(夜陰)에도 돌아보고 해를 넘기며 숙고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박정희는 자동차로 여러 차례 시찰도 했다고 전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건설을 박정희가 주도했고, 깊은 고민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정작 서울대생 사이에서는 시위를 쉽게 진압할 목적으로 캠퍼스를 외곽으로 옮겼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박정희의 심중에 그런 의도도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개장 광고(동아일보 1967년 3월 21일자·사진)에 보이는 당시 관악CC의 클럽하우스는 서울대 교수회관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호암교수회관'으로 리모델링돼 결혼식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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