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영원할 겁니다…황정민·알리·정동하와 함께 한 진짜 마지막 ‘학전, 어게인 콘서트’ [SS리뷰]

함상범 2024. 3. 1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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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어게인 콘서트’ 현장 스틸컷. 사진|HK엔터프로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차지하고 있어서일까, 무대 위에 선 가수와 이를 바라보는 관객 사이에선 어딘가 우울한 공기가 흘렀다.

1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학전에서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에는 박학기부터 노래를 찾는 사람들, 권진원, 황정민, 알리, 정동하로 이어졌다. 마지막 공연이라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라인업을 갖췄다.

정확히 정의할 수 없게 강렬한 울림을 주는 김민기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관객들의 마음속엔 알 수 없는 불이 붙었다. 무대에 선 가수들은 노래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도 김민기라는 이름이 나오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뭉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상록수’, ‘천리길’, ‘새벽길’, ‘아침이슬’과 같은 명곡을 부를 땐 눈을 훔치는 관객들이 적잖이 보였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이름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게 대한민국 예술의 명소 학전을 떠나보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 현장 스틸컷. 사진|HK엔터프로


1991년 김민기 대표가 개인재산을 털어 설립한 학전은 33살 생일인 15일 폐관한다. ‘배우는 못’(學田)이라는 이름처럼 대중문화의 요람으로 자리 잡은 학전은 숱한 스타를 낳고 오랜 기록을 쌓았지만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암 투병이 겹치면서 끝내 폐관을 결정했다.

폐관이 결정된 후 학전 출신 대중문화인들이 발을 벗고 나서 지난달 28일부터 14일까지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공연은 박학기가 ‘친구’라는 노래로 문을 열었다. ‘친구’는 김민기 대표가 고등학교 시절 동해로 캠프에 갔다가 익사 사고를 겪은 후배에 대한 아픈 마음을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쓴 곡이다.

박학기는 “원곡은 심해에 있는 느낌인데, 제가 부르니 수면 위에 있는 것 같다”면서 “다들 마지막이란 생각에 복잡해지는 것 같다. 뭉클해지기도 한다”고 말하며 ‘그 사이’를 불렀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이후 권진원이 노래를 부를 때 조용히 황정민이 뒷문을 통해 등장했다. 권진원과 듀엣을 부른 뒤 황정민은 “얼마 전까지 못된 사람 연기해서 욕 많이 먹었다. 그래도 도와주셔서 1300만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일할 맛이 난다고 하는데, 정말 기운이 났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1995년 학전에서 열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통해 배우로서 싹을 틔웠다. 당시 관객들은 황정민을 비롯, 설경구, 장현성, 김윤석, 조승우를 ‘독수리 5형제’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독수리 5형제’는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배우로 곳곳에서 맹활약 중이다.

황정민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벽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그래서 옷 같은 것으로 막았는데, 공연 중간에 팍 터져서 관객과 함께 청소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황정민은 추첨에 당첨된 관객과 사진을 찍는 등 분위기를 색다르게 끌어올렸다. 사진을 찍을 때 객석에서 ‘부럽다’라는 외침이 터져 나와 잠시 큰 웃음이 일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 현장 스틸컷. 사진|HK엔터프로


황정민은 “제가 여러분에게 배우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원동력은 김민기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어서다. 늘 기본을 강조했던 김민기 선생님 덕분에 아직도 대본을 읽을 때 초심을 떠올린다”며 “학전은 내게 원동력이 되는 곳이다. 아마 제 다음 영화를 보면 학전을 기억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김민기 대표의 막내 후배라고 밝힌 알리와 김민기 관련 공연 무대에 자주 선 정동하가 공연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알 리가 ‘상록수’를 부를 땐 우렁찬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명불허전 최고의 라이브였다.

정동하는 싱어롱 ‘천리길’과 ‘새벽길’, ‘내 나라 나 겨레’를 부르며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새벽길’을 부를 땐 관객들과 싱어롱 형태로 호흡을 맞췄고, ‘내 나라 내 겨레’는 강렬한 창법으로 울림을 줬다.

이날 공연의 가수들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총괄 기획한 박학기는 밴드와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33년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해준 여러분”이라고 말하다 갑자기 울먹거렸다. 잠시 숨을 고른 박학기는 “김민기 대표는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싶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 오면 안 된다고 해서 마음만 함께 하고 있다. 무던한 기질처럼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줘라’라고 했다. 다시 건강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 현장 스틸컷. 사진|HK엔터프로


이후 이날의 가수들이 김민기 대표를 상징하는 명곡 ‘아침이슬’을 함께 부르며 학전의 마지막을 기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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